아베 ‘교과서 우경화’ 가속… 더 얼어붙는 한·일 관계

아베 ‘교과서 우경화’ 가속… 더 얼어붙는 한·일 관계

입력 2013-03-27 00:00
수정 2013-03-2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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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교 교과서 검정 발표 내용 및 양국관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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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이 다카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일본 고교 교과서 검정과 관련해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뒤 청사를 떠나기 위해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구라이 다카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일본 고교 교과서 검정과 관련해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뒤 청사를 떠나기 위해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문부과학성이 26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외교 관계가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발표 직후 구라이 다카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일본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이어 이번 검정을 통과한 고교 새 교과서에서도 독도 영유권에 대한 기술을 늘렸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고교 사회과 교과서는 검정을 신청한 21종 가운데 기존 12종에서 15종으로 3개 늘어났다.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합치면 60종의 고교 사회과 교과서 가운데 절반이 넘는 37종이 독도 영유권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일본 교과서에 독도 기술이 늘어난 것은 아베 신조 총리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1기 총리 재임 시인 2006년 애국심 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기본법을 개정했다. 일본 정부는 2008년과 2009년 이 법률에 근거해 초중고교의 학습 지도 요령과 해설서를 잇달아 내놓았고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는 출판사가 해마다 늘어났다.

올해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지난해 메이세이샤 교과서에 표기된 ‘불법 점거’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이 독도를 ‘일방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라든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을 통한 해결’ 등의 새 표현이 등장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서는 역사(일본사, 세계사) 교과서 12종 가운데 9종이 내용을 게재했다. 위안부 동원에 대한 일본군의 책임을 비교적 분명히 하고 사죄와 배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암시적으로 시사하는 기술이 증가하는 등 일부 내용이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식 장면 사진을 싣고 일장기 말살 사건을 기술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식민지 지배의 실태와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한 점도 특징이다. 또 창씨개명 설명을 추가하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상세하게 기술하는 등의 변화 양상도 엿보인다. 후소샤 등 일본 내 보수 우익 출판사들이 이번 검정에 포함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교과서는 태평양전쟁 말기 강제 징용·징병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는 등 여전히 역사 인식의 문제점을 노출했다.

외교부는 이번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 ‘역사 인식의 진전과 후퇴’가 모두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데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독도 문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일본 내 양심적인 민간 단체와 공조해 왜곡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학계에서 일본 교과서 검정 내용에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동북아역사재단이 27일 오후 긴급 학술회의를 열어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의 의미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서종진 연구위원은 일본 교과서와 최근 일본의 교육개혁과 관련해 분석한다. 윤유숙 연구위원은 1945년 패전 이후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 추이를 살펴보고 독도 기술에서 ‘고유 영토론’이 부각되는 것을 집중 분석한다. 김영수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의 초·중등학교 역사교과서 독도 기술의 차이점을, 서현주 연구위원은 일본군 ‘위안부’ 기술의 변화를 추적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서울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서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3-03-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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