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떤 정책 써도 북한 핵 집착 못막아”<美언론>

“미국, 어떤 정책 써도 북한 핵 집착 못막아”<美언론>

입력 2013-02-20 00:00
수정 2013-02-20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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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집착 앞에서는 미국의 햇볕정책도, 강경정책도 모두 소용없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중서부 유력언론 시카고 트리뷴은 최근 ‘북한 이해하기’(Making Sense of North Korea)란 제목으로 북한 3차 핵실험의 역사적 맥락과 배경을 고찰하는 논평을 게재했다.

이 논평에서 스티브 채프먼 논설위원은 “정신이상에 대한 오래된 정의(아인슈타인에 의한 정의)는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적용되는 이 말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남들과) 다른 일을 하면서 다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북한은 약 20년동안 줄곧 핵무기를 추구해왔다”며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시도해봤고 대화를 단절해보기도 했다. 위협도 해보고 무시도 해봤다. 심지어 (북한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포스터의 경쾌한 민요) ‘시골경마’(Camptown Races)를 휘파람으로 부는 일까지 해보았다. 그러나 달라진 점은 없다. 북한은 비가 오나 햇살이 비추나 핵무기만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트리뷴은 그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며 단지 시점이 문제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기 첫 국정연설일(현지시간 12일)에 핵실험을 감행한 것,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가 아니라 출범 전에 이를 강행한 것에도 계산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그토록 핵에 집착하는가.

트리뷴은 북한이 미국 혹은 한국, 일본이나 중국 또는 북한 주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위압하기 위해 과감한 도박을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좀 더 간단명료한 답은 ‘북한은 단순히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핵무기를 원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나 구(舊)소련, 중국이 핵무기를 갖고 싶어했던 것과 같은 이유, 그외 기존 핵국가들이 핵무기 보유를 추구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핵에는 견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핵무기 보유국들은 다른 국가들을 향해 ‘너희는 스스로 파멸을 각오하기 전에 우리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고 큰소리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트리뷴은 “북한은 이 보증을 높이 살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서 “북한은 작고 가난한 후진국이다. 친구는 없고 적이 많은 나라다. 이 같은 사실은 핵폭탄이 제공하는 ‘안전 담요’(security blanket)에 집착하는 이유에 설득력을 갖게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미국의 반응은 매우 예민해졌다.

2002년 9·11 테러 발생 후 당시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3대 악의 축’으로 선언했다. 미국은 이라크 정부를 흔들기 위해 침공을 감행했고 이란에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트리뷴은 북한은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 뻔히 알고 있었다면서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이 2003년 언론에 누출된 메모에서 행정부 핵심인사들에게 “(중국과 함께) 북한을 압박해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상기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을 구슬러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협정에 서명하게끔 하고 핵무기 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을 약속받았다.

트리뷴은 “그러나 북한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부시 행정부가 이 사실을 밝혀내고 대북 정책을 강경화했지만 이 역시 먹혀들지 않았다.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클린턴 힐러리 국무장관을 통해 북한에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두번째 핵실험을 수행했다.

트리뷴은 “미국은 북한 정권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 강온 양면 정책을 번갈아 써왔다. 이번에는 강경한 방법을 쓸 차례”라며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에 군사공격 위협을 가하라”고 촉구하면서 “북한이 핵폭탄을 포기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라”고 주장한 사실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역시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북한은 곧 망할 것 같았지만 예상보다 오래 버텼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공격에도 핵무기 중 하나를 이용해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그런 옵션조차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북한은 대량 화포와 로켓을 가지고도 서울을 그야말로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리뷴은 “북한은 고집스럽게 핵무기를 구축해가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을 멈출 수 있다는 환상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보다) 한수 위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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