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를 함께 한 미화 노동자들

대학 축제를 함께 한 미화 노동자들

입력 2011-05-18 00:00
업데이트 2011-05-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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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먼저 불러줘 고맙다…학교 구성원으로 인식 계기”

5월을 맞아 축제가 한창인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청소ㆍ미화 노동자들을 초청해 함께 밥을 지어먹고 어울리는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18일 오전 서강대 청년광장에서는 청소ㆍ용역 근무를 하는 어머니ㆍ아버지뻘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이 한데 모여 사이 좋게 밥을 짓고 점심을 나눠 먹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서강대 총학생회와 문과대 학생회가 대학 축제 기간 한가족이나 다름없는 ‘청소 어머니’ ‘기사 아버지’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서로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청소ㆍ미화 노동자들의 점심 시간이 통상 오전 11시30분부터여서 학생들은 일찍부터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었다. 청소미화원 80여명 중에 휴무조 10여명을 제외하고 70여명이 참여했다.

대학생 30여명과 파란 천막 아래 둘러앉은 청소미화원들은 미리 준비한 150인분의 밥으로 유부초밥, 충무김밥을 만들어 나눠 먹었고 음식을 서로 입에 넣어주는 정겨운 모습도 보였다.

’네박자’ ‘유행가’ 등 트로트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음식을 만들던 청소미화원 3~4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수업을 마치고 지나가던 학생들은 ‘밥 먹고 가라’는 어머니들의 권유에 걸음을 멈추고 함께 식사했다.

1997년부터 서강대에서 일했다는 전명애(66.여)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과 인사는 커녕 말 붙이기도 어려웠는데 학생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우리와 함께 밥을 만들어 먹고 싶다고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들에게 우리가 ‘아주머니’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어 고맙고 대견하다. 학교 축제는 늘 남 얘기였는데 이런 자리가 있으니까 우리도 학교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정로(22) 서강대 총학생회 정책국장은 “평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함께 자리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앞으로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관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 개막식을 한 이화여대에서도 같은 시간 미화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00인분의 밥을 비벼서 나눠 먹는 ‘이화인 한솥밥 먹기’ 행사가 열렸다.

정오에는 잔디광장에서 미화ㆍ경비노동자 20여명을 초청해 ‘한마음 체육대회’를 열고 제기차기, 수건 돌리기, 계주 등 경기를 했다. 작업복 차림으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청소노동자들은 노란 깃발을 흔들며 목청껏 같은 편을 응원했으며 게임 벌칙에 걸리면 앞에 나가 노래를 부르면서 학생들과 어울렸다.

5년째 이대 공대 건물 청소를 맡고 있는 채수영(65.여)씨는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놀게 돼 너무 재밌고 즐겁다”며 “지난 5년간 일하면서 학생들과 어울린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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