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가능?…교육계 기대속 우려도

반값등록금 가능?…교육계 기대속 우려도

입력 2011-05-23 00:00
수정 2011-05-23 16: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교과부 “등록금 인하ㆍ등록금 지원책 총망라”학부모 단체 “일단 환영하지만 걱정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등 여권 관계자들이 22일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던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여당이 추산한대로 당장 내년에 최소 2조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부작용이 적은 지원 방안을 찾고 여론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반값 등록금 어떻게 가능할까? = 여권 관계자들이 밝힌 ‘반값 등록금’의 개념과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반값 등록금’의 입안자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그동안 수차례 대학 등록금 자체를 반값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종 장학 혜택을 등록금의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려 “학부모의 부담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뜻”이라고 설명해 왔다.

여권의 이번 발표는 대학들의 등록금 수준을 끌어내리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인지, 등록금 보조나 장학지원 등 학생ㆍ학부모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데 방점이 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학생ㆍ학부모에 대한 지원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 관계자는 23일 “이제까지 나온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위한 각종 정책, 대학 등록금 보조를 위한 각종 지원책, 장학제도를 총망라해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방식이 되든 ‘반값 등록금’ 정책은 초등, 중학교 무상교육처럼 대학생을 둔 모든 학부모의 부담이 일제히 절반으로 줄어드는 형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보다는 소득 수준 중ㆍ하위권 가정의 자녀들에 대해 소득 구간별로 단계화해 등록금을 보조해 주고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등의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장학금 지원도 확대하고 금리도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 하위 70% 가구의 자녀만 혜택을 볼 수 있는 든든학자금제도의 수혜대상을 늘리고 여전히 정책금리보다 높은 금리도 인하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소득 하위 50% 자녀에게만 지원하는 성적장학금 지원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학들이 스스로 등록금을 낮추는 일도 독려된다.

우선 대학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도입해 대학에 대한 기업의 기부를 활성화하고 이를 밑거름으로 대학들이 등록금 수준을 낮추도록 하는 방안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교과부는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등록금을 낮추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지만 일부 대형 대학들이 약 2조원 정도의 적립금을 확보하고 있을 뿐 대부분 대학들이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산학협력 등도 강화해 대학들의 수입을 다변화하는 것도 적극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등록금 보조 방식이든, 장학금 확대 방식이든 국민 세금 수조원을 ‘반값 등록금’ 실현에 털어 넣는다면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무상급식 보다 더한 포퓰리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많게는 연간 1천만원이 넘는 대학 등록금의 절반을 국가 예산으로 보조하는 형식이 된다면 지원받지 못하는 중상위 계층의 반발은 월 4만-5만원, 연간 40만-50만원을 지원하는 무상급식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부실 사립대 퇴출과 국공립대 구조조정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큰 숙제인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 제도가 부실 대학들을 정부가 ‘링거를 꽂아 연명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잘하는 대학과 못하는 대학은 차별해 지원한다는 것이 교과부의 기본 철학”이라며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더라도 이런 기조는 흔들림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 기대 속 우려 = 교육ㆍ시민 단체들은 대부분 여권의 발표를 환영하면서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일부 장학금을 늘리는 선별적 조처에 그치지 말고 계층에 관계없이 학비를 내리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장은숙 회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등록금 인하는 여야에 관계없이 실천해야 할 정책인 만큼 한나라당의 발표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이어 “정부가 재정확충 방안을 마련해 얼마나 잘 추진할지를 지켜보겠다. 일부 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정도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의 최미숙 대표는 “모든 국민에게 고루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장학금 증액이 아닌 등록금 인하를 택해야 한다. 대학도 기금을 쌓아놓고 학비만 올리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좋은교사 운동본부의 정병오 대표는 대학 진학률이 계속 높아지며 돈이 없어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교육권의 보장 차원에서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록금넷의 김동규 조직팀장은 “우리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수준으로 교육 재정을 늘린다면 대학 무상 교육도 할 수 있다는 추산도 있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학비 인하에 앞서 대학의 부실한 체질부터 고쳐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뉴라이트 학부모 연합의 박경범 대변인은 “대학이 수요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등록금만 올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대학에 세원을 투입해 등록금을 깎기 전에 실질적인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값 등록금 발표가 국민들의 눈치만 본 비현실적 조처라는 반응도 있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대학 학비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다각적인 해법을 내놓는게 맞다. 무조건 학비만 줄이면 대학에 대한 수요가 불합리하게 폭등하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막대한 예산 조달 방법이 관건으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삼는 등의 모습을 보면 여론을 살피려는 목적이 더 큰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황우여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한국교총을 방문해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교육 현안에 대한 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