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짓자는 사람들, 체르노빌 가보고도 그럴까?”

“원전 짓자는 사람들, 체르노빌 가보고도 그럴까?”

입력 2013-03-15 00:00
수정 2013-03-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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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크바일 獨방사선방호협회장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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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크바일 獨방사선방호협회장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플루크바일 獨방사선방호협회장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며 반대하더군요. 체르노빌의 끔찍한 현장을 봐도 그런 말이 나올까요.”

제바스티안 플루크바일(66) 독일방사선방호협회 회장은 단호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년을 맞아 방한한 플루크바일 회장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 및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이른바 전문가 집단에는 거짓말쟁이가 무수히 많다”고 비판했다.

1990년대 독일 통일 과도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고 현재 독일방사선방호협회와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 이사로 활동 중인 그는 ‘전문가들이 거짓말쟁이’라는 근거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발생 후 벨라루스 등 인접 국가에서의 각종 암 발병과 사산율의 급증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내분기계 질환자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인 1987년 631명에서 1992년 1만 6304명으로, 심혈관계 질환자가 같은 기간 2236명에서 9만 8363명으로 폭증했습니다. 환자들이 죽어 나가도 의사들은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한 채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지요.”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한 일본인 한 과학자가 ‘위험도 없는데 방사능 공포증이 만연해 있다’고 말한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면서 “체르노빌 사고를 경험하고도 ‘(지나친) 방사능 공포증’이라는 말이 다시 쓰일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플루크바일 회장은 원전 폐기 움직임이 비교적 활발한 독일에서도 반대 여론은 있다고 했다.

“전기요금 인상 등을 근거로 비판 여론이 이는 등 독일 내에서도 원전 문제에 대한 확고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원전 시대는 끝났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폐기물 처리도 불투명한 원전을 늘리는 것은 공항 없이 비행기만 늘리는 꼴입니다.”

원자력 대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전을 통한 발전량을 넘어섰다. 간담회 내내 원자력 발전의 허구성과 원자력 발전론자들의 은폐 의혹을 지적한 플루크바일 회장은 “진실을 모르는 사람은 바보일 뿐이지만 진실을 알면서 거짓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범죄자”라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하며 대화를 마쳤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3-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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