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호박죽’ 아줌마 김미자 씨
더 많은 지구촌 기아 아동을 돕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호박죽 장사를 시작한 김미자(60)씨가 호박죽이 가득 담긴 솥을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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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호박죽’이란 플래카드를 내걸고 서울 노원구 공릉2동 주민센터 앞에서 호박죽을 파는 주부 김미자(60)씨는 18일 이렇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오전에는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앞에서, 오후에는 주민센터 앞에서 호박죽을 팔고 있다. 한 그릇에 2000원, 세 그릇에 5000원인 호박죽은 값이 싸고 맛도 좋아 이제는 단골도 제법 된다.
작은 가판대에 솥 2개를 올려 놓고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팔아 버는 하루 5만∼10만원은 그대로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 구호단체 아이들에게 기부된다. 10여년 전부터 이미 김씨는 매달 생활비에서 40여만원을 떼어내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도와왔다. 현재 부부가 후원하는 아이들은 10명에 이른다. 그러나 기존 생활비로 더는 후원금을 늘리기 어렵게 되자 평소 자주 만들던 호박죽을 팔기로 한 것이다. “호박 2~3통만 있으면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잖아요. 다들 좋아하고 제가 자주 만들어 봐 자신 있는 메뉴이기도 했고요.”
마음처럼 장사가 쉽지는 않았다. 준비를 다 해놓고도 부끄러워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교회 친구들 2∼3명이 돌아가며 나와 장사를 돕기도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체질에 맞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미를 붙였다. 일요일과 눈,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죽을 판다.
지난 1월 김씨는 6개월간 따로 모은 500만원을 탄자니아 다일공동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전자피아노 2대도 함께 보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그녀는 교회에서 피아노를 처음 본 이후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김씨의 최종 꿈은 훗날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는 것이다.
젊을 때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고생했다는 김씨는 그 시절 큰 게 아니더라도 치약, 비누 등 소소한 것을 챙겨주는 이웃이 고마웠다고 한다.
“호박죽 1만원어치 사는 사람은 저에겐 큰 고객이에요.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면 이런 일도 할 수 없어요.”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3-03-19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