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먹는 컵라면, 더 짜게 만들어도 안전하다는 식약처

어린이가 먹는 컵라면, 더 짜게 만들어도 안전하다는 식약처

입력 2013-05-09 00:00
수정 2013-05-0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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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식품 품질인증 기준 완화… 나트륨 600㎎→1000㎎으로

‘국민 간식’ 컵라면에 들어가는 나트륨 함량이 높아져 어린이 건강을 더욱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8일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을 수 있는 컵라면 나트륨 기준을 용량과 관계없이 현행 600㎎에서 1000㎎으로 바꾸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제는 안전과 영양 면에서 우수한 식품을 정부에서 공인하는 것이다. 인증을 받은 어린이 기호식품 72건 가운데 컵라면은 하나도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실에 맞게 기준을 낮춰 품질인증 가능성이 높아지면, 업체도 나트륨 함량을 줄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자연스럽게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 기준을 적용하면 컵라면 1개만 먹어도 초등학생 연령대 1일 권장량 1500∼1800㎎의 절반을 훨씬 웃돈다는 점이다. 2006년 1일 나트륨 섭취 권고량을 3500㎎에서 2000㎎으로 강화해 2020년까지 섭취량을 20% 이상 줄이겠다던 정책과 어긋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한국인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07년 4453㎎에서 2011년 4791㎎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은 2000㎎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컵라면 나트륨 함량이 1400~1600㎎인 상황에서 기준을 일부 완화해 단계적으로 저감을 꾀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 입맛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감안해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면서 “나트륨 줄이기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핀란드만 해도 섭취량을 35.7% 줄이는 데 30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식약처가 2010년 6월 600㎎을 기준으로 정했던 건 그만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 와서 스스로 기준을 완화한다면 라면 업계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3-05-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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