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앞둔 근로정신대 손배소 첫 재판…의미와 전망

3일 앞둔 근로정신대 손배소 첫 재판…의미와 전망

입력 2013-05-21 00:00
수정 2013-05-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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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할머니 측 “승소 자신”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을 한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오는 24일 열린다.

이와 유사한 다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배상 가능성을 확인한 지 정확히 1년 만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24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임금 청구 소송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 해석을 통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동안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도 한일 청구권 협정의 벽에 막혀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에서 이뤄진 대부분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피해 사실과 청구권 등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게 되면서 광주 지역 원고 5명(피해자 6명)은 지난해 10월 24일 1인당 1억100만원씩 모두 6억6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미리 보는 첫 재판

첫 재판은 대법원 판결이 있은 지 1년 만에, 소장을 접수한 지 7개월 만에 열리게 됐다.

공교롭게도 대법원 판결, 소장 접수, 광주지법 첫 재판이 모두 해당 월의 24일 이뤄졌다.

재판은 법원의 인사이동과 한일 양국 간 서류 송달 등 절차 탓에 다소 지연됐다.

광주지법은 법원행정처에, 법원행정처는 일본 최고재판소에, 최고재판소는 피고인 미쓰비시 측에 서류를 송달하는 과정을 거쳤다.

광주지법 민사 12부(이종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첫 재판에서 원고 측은 피해 사실 입증계획을 밝히고 증거신청도 할 예정이다.

미쓰비시 측의 답변도 예상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일본 측 모임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회원들도 원고인 할머니들과 법정 안팎에서 퍼포먼스, 기자회견 등으로 응원할 방침이다.

◇원고 측 “승소 자신”

이번 소송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부산 사건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부산의 원고들은 강제동원된 남성들로 임금과 위자료 지급을 함께 청구했다.

반면 광주의 원고들은 여성들로 위자료 지급만 청구했다.

미지급된 임금을 판단하려면 현재 가치 등을 따져야 해 소송이 길어질 수 있는 데다 원고들이 모두 80대 고령이어서 재판부가 직권으로 액수를 판단할 수 있는 위자료만 청구했다고 변호인은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부산 소송 과정에서 이뤄진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로 미뤄 광주의 원고들도 승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서 이뤄진 같은 소송에서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아 패소했지만, 당시에도 피해 사실은 상당 부분 인정받았다.

변호인은 이번 재판에서 일본 재판과 과거사 진상조사 기록 등을 제시해 피해 사실을 입증할 계획이다.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해 당사자들에게도 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대법원 판결로 청구권도 인정받은 만큼 피해 사실 입증을 통해 무난히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변호인은 자신하고 있다.

◇승소 시 위자료 액수, 집행절차 관심

이번 재판의 관점은 승소 여부보다 위자료 산정 방식과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은 어린 나이에 속아서 일본에 끌려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도 임금조차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로 돌아와서는 ‘몸을 버린 여자’로 오인돼 평생 고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원고 1인당 1억1천만원의 위자료도 충분해 보이지 않지만 법적 해석은 다를 수 있다.

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집행절차의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 재판에서 패소한다 해도 미쓰비시가 배상금을 순순히 지급할지 미지수다.

같은 내용의 일본 재판에서 이미 승소했기 때문이다.

원고 측 이상갑 변호사는 “재판에서 이긴다 해도 일본에 있는 미쓰비시 측의 재산의 압류절차 등 집행의 문제는 숙제로 남게 된다”며 “당장에는 피해자들의 피해를 입증해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목표고, 이를 위해 정부의 관심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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