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적성검사’가 못 마땅한 경찰들

‘직무 적성검사’가 못 마땅한 경찰들

입력 2013-09-17 00:00
수정 201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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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에 반영도 안 하면서… 부적합 판정땐 왕따 당해”

지난 12~13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적성검사’가 실시된 가운데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직무 적성검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적성검사 결과가 인사나 직무 배치에 반영되지 않는 데다 검사 결과에 따른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의 적성을 반영하지 않고 참고만 하는 검사에 매년 1억원 안팎의 예산과 막대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문제풀이형인 직무 적성검사는 2005년부터 경찰관의 업무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자체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 경정 이하의 모든 경찰관들은 5년마다 정기적으로 적성검사를 치러야 한다. 검사는 크게 인성·적성·인지능력 검사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부서 배치나 인사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경찰서 인사과 관계자는 “참고 사항일 뿐 인사 등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일선 경찰들은 “적성 반영이나 업무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검사는 형식적이고 무의미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사이에서는 3시간 넘도록 진행되는 적성검사가 굉장히 피곤하고 골치 아픈 시험으로 통한다”면서 “적성검사 이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여러 번 다시 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직무 배치에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어서 솔직히 대충 찍고 나올 때가 많다”면서 “검사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인성과 적성 검사는 경찰 내부 사정에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경찰관은 “겉으로는 경찰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인데, 문제가 있는 사람을 색출하고 감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어쩌다가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은근히 왕따가 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관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적성 검사 때문에 주변에서 3~4명은 정신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을 받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무 적성검사 담당자는 “매년 1만 5000여명의 응시생 가운데 평균 3~4명의 부적격자가 나온다”면서 “그러면 심리상담소에 의뢰해 2~3시간의 상담을 받도록 하고, 그럼에도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정신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안내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찰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현행 검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용찬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회성 문제풀이형 검사로 개인의 적성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은 초보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3-09-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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