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체포’ 둘러싸고 검찰-국정원 신경전

‘국정원 직원 체포’ 둘러싸고 검찰-국정원 신경전

입력 2013-10-18 00:00
수정 2013-10-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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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시 통보’ 안해…국정원측 문제 제기에 검찰 수용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선거·정치 글을 올린 의혹과 관련, 위법 여부를 수사 중인 검찰과 국정원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18일 검찰과 국정원 등에 따르면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17일 트위터에서 선거·정치 관련 글을 올리고 이를 퍼나른 정황이 있는 국정원 전 심리전단 직원 4명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들 중 3명에 대해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측이 ‘기관 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은 직원 3명을 당일 조사 후 귀가시켰다.

국정원직원법 제23조에는 수사기관이 직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때와 마친 때에는 지체없이 원장에게 그 사실과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정원 측이 문제 삼는 부분은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통보가 안 됐다는 점이다.

더구나 검찰이 법원에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다면 가벼운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고 수사를 막 시작한 초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진척된 단계인데도 통보가 안 됐다는 것이다.

체포영장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때’에 발부된다.

결국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의 범죄 혐의를 의심했지만 국정원이 절차상 하자를 제기하자 직원들을 조사한 뒤 바로 석방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어차피 구속될 사람들도 아니라서 석방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설령 신병처리 검토 등 후속 절차를 밟더라도 절차 하자 문제로 인해 석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제의 국정원직원법 조항은 ‘~하여야 한다’는 형태의 강행규정(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일반론으로 본다면 검찰이 이 법을 무시하고 직원을 체포해 수사한다면 그 이후 확보한 증거나 조사 내용 등의 적법성이 문제 될 개연성이 높다.

다만 이 조항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만능 조항’은 아니다.

만약 검찰의 수사상 필요성과 국정원의 특수성이 충돌한다면 어느 가치가 우선하느냐는 ‘법 해석’의 문제가 되며 그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핵심은 ‘검찰이 국정원직원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직원들을 체포해 조사할 만큼 상황이 급박했는지, 사안이 중대했는지’ 여부다.

특별법인 국정원직원법의 강행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법의 토대인 헌법은 제37조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라는 핵심 가치조차도 일정한 조건에서는 제한할 수 있다는 ‘법률 유보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만약 검찰이 국정원직원법의 ‘직원 수사시 통보’ 조항을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수사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해 체포 상태를 고수했다면 파장이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 정도 사안이 아니라고 봤고 국정원의 이의 제기도 받아들여 서로 ‘적당한’ 수준에서 봉합한 것 같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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