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 제대로 못 쉰 버스기사 사망…법원 “업무상재해”

휴무일 제대로 못 쉰 버스기사 사망…법원 “업무상재해”

입력 2014-09-09 00:00
수정 2014-09-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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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근무하면서도 휴무일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마을버스 기사가 심장병으로 사망한 데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숨진 지모(사망 당시 68세)씨의 아내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버스운전기사로 14년을 일하다 2012년부터 마을버스 회사로 이직한 지씨는 지난해 4월 3일 회사의 전화를 받고 출근을 했다.

쉬는 날이었지만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고,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서 회사로 가던 지씨는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차는 비틀거리다 길가의 벽을 박았고 지씨는 병원으로 실려갔다.

지씨는 심혈관 응급처방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틀 뒤 심부전·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이씨는 남편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공단에 청구했지만 지급 거부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씨가 오전 6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일했는데도 휴무일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점이 업무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판단했다.

원래 지씨 회사는 격일제 근무로 돌아갔기 때문에 16시간 30분을 꼬박 일하면 다음 날은 쉬도록 해 주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정상 근무를 한 다음 날에도 7시간 정도씩 일을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연령, 격일제 근무형태, 사망 전 (휴무일에도 계속 일하던) 근무현황 등을 종합하면 일의 부담이 지씨의 신체 상태에 무리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지씨의 기존 질병인 고혈압·고지혈증·당뇨를 악화시키고,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했다고 보인다”며 “사망과 업무상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씨가 남편의 장례를 치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의비는 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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