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추석 선물…20년만에 이름 찾은 여성

아주 특별한 추석 선물…20년만에 이름 찾은 여성

입력 2014-09-09 00:00
수정 2014-09-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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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서 김영만 경위의 친절하고 끈기있는 도움으로…오빠·동생도 만날 기대

추석연휴를 하루 앞 둔 지난 5일 오전 충남 논산시의 한 주민센터 앞에서 주모(51·여)씨는 어린아이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새긴 ‘도장’이 처음 생겼기 때문이다.

이름을 몰라 혼인 신고도 하지 못한채 22년 동안 함께 산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마련한 도장이라 주씨는 더욱 기뻤다.

주씨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다시 찾은 것은 바로 며칠 전이다.

지적 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주씨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한 채 20년 가까이를 ‘무적자’로 살았다.

지난 1993년 딸을 낳고도 이름을 몰라 출생신고때 어머니 성명란에 ‘성명불상’이라고 기록해야만 했다.

이 날은 드디어 딸에게 엄마 이름 석 자를 알려주는 날이기도 했다.

20여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족과 떨어지게 됐고 그 이후 주씨는 자신의 존재를 잊은 채 살왔다.

호적이 없다보니 형편이 안 좋아도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를 못 해 참고 또 참아야했다.

그의 이름을 찾아 준 논산경찰서의 김영만 경위와 주씨가 만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난달 중순 오후 몸이 너무나 아팠던 주씨는 논산서 산하 논산지구대 문을 두드렸다.

주씨는 당시 근무 중인 김(현재 광석치안센터 근무) 경위에게 어눌한 말투로 “주민등록증이 없어 병원을 못 가서 왔다”고 했다.

주민등록증이 없어 병원에 못 간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김 경위는 2시간가량 주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기차를 타고 다녔던 것과 초등학교 6학년까지 졸업한 것 등은 기억했지만 본인의 이름 석자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 했다.

본인이 ‘주’씨인지 ‘김’씨인지도 헷갈린다고 했다.

김 경위와 어린 시절 얘기를 주고받던 주씨는 “엄마가 사진 붙여진 것을 만들어줘서 자랑하고 다녔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주민등록증을 만든 적이 있다고 판단한 김 경위는 지문을 조회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 주씨의 지문 10개를 찍어 신원 조회를 요청했다.

며칠 후 ‘연기군 금남면 용담리’에 적을 둔 1963년생 ‘주모’씨라는 사람과 그 여인이 동일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다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주씨의 호적은 말소가 돼 있었다.

하지만 주씨에 대한 여러 과거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1991년 서천 판교면에 잠시 살았고, 오빠와 동생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주씨는 본인이 기억 못하는 자신의 이름과 삶의 일부를 하나씩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주민센터 직원과 김 경위 등은 추석 연휴가 끝나면 주씨의 혼인신고 절차가 마무리 되도록 도와주는 한편 주씨가 원할 경우 가족과 만남도 추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회복지사와 함께 형편이 어려운 주씨가 의료보험 등 국가의 각종 사회·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의할 예정이다.

김 경위는 “주씨가 이름을 찾아 도장을 만들고 선물을 받은 것처럼 아주 기뻐하더라”며 “추석 명절 전 본인의 이름을 찾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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