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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복’ 후 첫 국제여객선 인천항 입항…단체 유커 ‘전멸’

‘사드보복’ 후 첫 국제여객선 인천항 입항…단체 유커 ‘전멸’

입력 2017-03-16 13:58
업데이트 2017-03-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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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롄발 인천행 국제여객선, 승객 15%도 못 채워인천항 입항 4척 국제여객선 중국인 단체관광객 ‘0명’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뒤 첫 국제여객선(카페리)이 입항한 16일 오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쥐죽은 듯 적막감만 흘렀다.

평소 한중 국제여객선이 도착하면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소상공인(보따리상)으로 떠들썩했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날 오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대형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3대만 덩그러니 주차돼 있었다.

여객선 도착 시각에 맞춰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30여 대의 관광버스가 꽉 들어찬 평소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국제여객터미널과 경기도 부천터미널을 오가는 24번 시내버스 운전기사 김학상(42)씨는 “이달 초까지는 그래도 단체 유커(遊客·중국 관광객)가 많이 보였는데 이번 주 들어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에는 주차장 내 관광버스 전용 면이 모자라 시내버스 승차장 옆까지 관광버스가 주차해 있었다”며 “오늘 주차된 관광버스 3대도 관광객을 태우려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제부터 주차만 해둔 차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중국발 국제여객선이 도착했는데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에서 출입문으로 쏟아져나오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보이질 않았다.

평소 깃발이나 안내 푯말을 들고 이들을 기다리던 여행사 가이드도 덩달아 자취를 감췄다.

입국장의 자동문이 열리자 한국인 여행객과 중국 동포(조선족) 일부만 케리어를 끌고 나왔다.

전날 오후 6시께 중국 다롄(大連)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 들어온 대인훼리의 비룡호에는 모두 75명이 탔다. 승객 정원(510명)의 15%도 채우지 못했다.

비룡호는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보복’ 조치로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15일 이후 인천항에 들어온 첫 여객선이다.

이날 비룡호를 타고 인천항에 온 승객 75명 중 중국인은 62명이었다. 나머지는 한국인 7명, 대만인 4명, 미국인과 독일인이 각각 1명씩이었다.

중국인 62명 중 단체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다.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나 중국 교포가 대부분이었다.

비룡호 승객인 중국 교포 김영실(69·여)씨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집이 너무 추워 랴오닝 성 안산(鞍山)시에 있는 중국 집에서 4개월간 머물다가 돌아오는 길”이라며 “여객선이 텅 비어 의아했다”고 말했다.

비룡호를 타고 지린성 매하구(梅河口)를 관광한 뒤 이날 배편으로 귀국한 한국인 성훈경(73)씨는 “작년에 지린성에 다녀왔을 때는 여객선이 중국인들로 시끌벅적했는데 오늘은 여객선이 마치 도서관과 같을 정도로 조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주 화·목·토요일마다 인천항에 들어오는 비룡호의 지난주 중국인 단체관광객만 7일(화요일) 200명, 9일(목요일) 128명, 11일(토요일) 293명이었다.

비룡호 선사 대인훼리 관계자는 “입항일 기준으로 목요일이 다른 요일에 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가 적긴 하지만 진짜로 한 명도 없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난감해 했다.

비룡호뿐 아니라 이날 인천항에 들어온 나머지 중국발 국제여객선 3척에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다.

이날 인천항 제1·2 국제여객터미널에는 비룡호 외 다른 항로 국제여객선 3척도 차례로 입항했다.

오전 11시 30분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칭다오(靑島)발 위동항운의 뉴골든브릿지V호도 여객 정원이 660명이지만 85명만 승선했다.

나머지 2척도 사정은 비슷했다. 옌타이(煙台)에서 들어온 한중훼리의 향설란호에는 100명(여객 정원 392명)이, 친황다오(秦皇島)에서 입항한 진인해운의 신욱금향호는 고작 78명(여객 정원 376명)이 탔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갑자기 줄어들자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청사 1층에 입주한 상점들도 평소보다 늦게 문을 여는 등 중국 측 보복 조치의 여파를 체감해야 했다.

국제여객터미널 내 한 상점 주인은 “편의점은 보통 오전 8시에는 문을 열었는데 10시가 다 되도록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손님이 없는데 일찍 문 열면 뭐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 10개 항로는 전체 한중 여객선 승객의 60% 이상을 담당한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3.1% 늘어난 92만명이 인천∼중국간 국제여객선을 이용했다.

인천∼중국 국제여객 선사들은 이번 사태의 여파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이 20%도 못 채우는 상황에서 선사 자체적으로 내 놓을 대책이 없다”며 “한중 관계가 자연스럽게 개선되거나 정부가 나서주길 기다릴 뿐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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