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악한 바이킹·잡초 속 기관차… 임진각, 이게 평화의 상징입니까

조악한 바이킹·잡초 속 기관차… 임진각, 이게 평화의 상징입니까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19-05-28 23:10
업데이트 2019-05-2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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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임진각 관광지 허술한 관리

年 500만명 방문… 경복궁과 톱2 관광지
남북 화해 무드 외국인까지 몰리는데
안내 현수막 빛바래고 노점상들 난무
“식사할 곳도 마땅치 않아… 실망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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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조성 전에 있던 포장마차 점주에게 생계 차원에서 20년 무상 임대해 준 음식점들.
관광지 조성 전에 있던 포장마차 점주에게 생계 차원에서 20년 무상 임대해 준 음식점들.
에버랜드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경기 파주 임진각 관광지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8일 국가통계포털(KOSIS) 공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임진각 방문객은 2017년 기준 488만여명(외국인 51만여명)에 이른다. 용인 에버랜드의 631만여명(외국인 69만명)보다 적지만, 450만명(외국인 116만여명)이 찾는 경복궁보다 많은 국내 2위 관광지다.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곳이다 보니 늘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면서 관광객이 몰린다. 그런데도 이날 찾은 임진각 관광지는 곳곳에 잡초가 무성하고 임진각 건물 난간 등은 페인트가 벗겨졌으며 일부 입점 상가는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비어 있어 폐허 같은 휴게소 건물도 있었다. 전시관 안팎은 조잡하게 보였다. 길목에 있는 휴게음식점들은 관리가 안 돼 지저분했고, 주변에 오물 등이 버려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임진각 내 음식점들은 특색이 없었다. 바이킹 등 놀이기구는 분단의 현장 및 실향민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 속에서도 20년 가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자유의 다리 근처에 있는 지하전시관을 알리는 현수막은 색상이 바래 글자조차 읽을 수 없었다. 근현대문화유산인 증기기관차 화통(등록문화재 제78호)에서 떨어져 나온 철제 조각은 풀숲에 방치돼 있었다.

이날 만난 독일 국적 부부 관광객은 “좀 특별한 경관 및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아쉽고 식사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했고 중국인 류모(49·여)씨는 “중국인 관광객 수백만명이 찾는 곳이라 해서 왔는데 실망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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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다리 옆에 있는 지하 벙커 전시관 입구. 잡초가 우거지고 지하전시관을 알리는 현수막은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바래 있다.
자유의 다리 옆에 있는 지하 벙커 전시관 입구. 잡초가 우거지고 지하전시관을 알리는 현수막은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바래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안보관광지 관리가 부실한 것은 관리권을 경기관광공사·파주시·코레일·국방부 등이 ‘뒤죽박죽’ 나눠 갖고 있어서다. 담당 직원들도 정확한 경계를 모를 정도다. 경기도 관계자는 “접경지역이다 보니 생긴 문제점”이라고 했다. 파주시도 개선대책 없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공사만 추진하고 엉터리 홍보자료를 내고 있다. 파주시는 112억원을 들여 휴게소 건물을 철거하고 연말까지 한반도생태평화종합관광센터를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주상인들의 반발로 착공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공사를 시작하지 못해 휴게소 건물은 흉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파주시는 지난 22일 “올 들어 제3땅굴 등 민북지역 관광객이 170% 급증했다”는 보도자료를 냈으나 서울신문 확인 결과 2016~2018년 같은 기간보다 20~30% 늘어난 24만명이었으며 27만여명이었던 2015년보다는 오히려 줄었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모두 맞는 지적”이라면서 “오는 7~8월 4억원을 들여 임진각 내외부 도색, 화장실 리모델링, 전망대 데크 등 노후시설을 보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주시 관계자는 “놀이시설 등은 2021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임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9-05-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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