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희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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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희 변호사는 1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게이’를 부각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같이 극복하자는 게 아니고 감염된 사람을 찍어내고 이슈화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난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위기이기도 하고 특히 이게 사회적 소수자, 사회 경제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올 수 있다”며 “특히 언론 보도가 재난이 어떤 특정 집단이나 특정 산업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초점을 두고 방역이나 이런 것을 도움이 되는 보도나 다 같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가 아니라 감염이 된 사람의 어떤 집단의 개인을 약간 찍어내고 좀 더 이슈화시키고 그 사람들을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면서 약간 조회수만 올리려는 목적으로 하는 보도들이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8일 나왔을 때 국민일보에서 단독으로 게이클럽이라는 것을 헤드라인에 붙였다. 이게 사실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확산 된 건 맞지만 클럽이 성소수자 클럽인지 아니면 그냥 비성소수자 아니면 그냥 일반 시민 클럽인지는 상관이 없는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홍대 술집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는데 그때는 이성애자 식당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말하자, 박 변호사는 “꼭 그걸 그렇게 하지 않는데 성소수자는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방역에 필요한 정보도 아니고 오히려 이게 낙인 효과를 가지고 온다. 마치 성소수자들의 문제고 성소수자들이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비난을 받게 되는 어떤 효과를 만들어서 사실 더 숨게 만든다. 이걸 단독이라고 이렇게 보도하면서 신문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떤 화제를 일으키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익명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익명 검사가 지금 하는 방식이 이름을 묻지 않고 그냥 일련번호로만 사람을 표기하고 전화번호만 받는 거다. 이런 식의 방식들이 개인이 과도하게 노출될 우려가 없기때문에 좀 더 안심하고 검사받을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변호사는 불안감 때문에 코로나19 검사를 꺼리고 있는 이들을 향해 한 마디했다.
박 변호사는 “이게 어찌 됐든 본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다 같이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고 검사를 받고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조금 약간 두려움은 있다고 하더라도 함께 맞서나갔으면 좋겠다”며 “그걸 위해서 대책본부도 꾸려져서 저희가 인권 침해 상담도 받고 정보기관과 연계해서 구제방안들도 얘기하고 있으니까 함께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는 남중, 남고를 거쳐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우울증을 겪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커밍아웃을 결심하고 2013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다. 대학원 입학 후 성 정체성을 공개했고, 로스쿨 졸업 후 그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서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가 됐다.
그는 2017년 방송된 EBS ‘까칠남녀’의 성소수자 특집방송에 출연해 “난 아직도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1번. 난 수술하지 않았고, 앞으로 수술 계획도 없다”며 “한국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으면 성별 정정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며 “수술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성별 정정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