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대신 속죄”… 30년째 해외 입양 청소년 상처 치유

“친부모 대신 속죄”… 30년째 해외 입양 청소년 상처 치유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20-06-29 22:16
수정 2020-06-3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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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라이온스협-서서울라이온스클럽

매년 美 입양 청소년 한국 초청 행사
참전 16개국 20여명에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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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국제라이온스협회 354-D지구 6층 강당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16개국 추천 해외입양인 재난지원금 전달식’. 서서울라이온스클럽 제공
지난 27일 국제라이온스협회 354-D지구 6층 강당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16개국 추천 해외입양인 재난지원금 전달식’.
서서울라이온스클럽 제공
“국가와 친부모가 품어 주지 못한 해외 입양청소년들의 상처를 모른 체할 수 있나요.”

국제라이온스협회 354-D지구(서울 강남)와 산하단체인 서서울라이온스클럽이 한국전쟁 참전 16개국으로 입양됐다가 유학 오거나 취업한 20여명을 초청해 재난지원금 50만원씩을 전달했다고 29일 밝혔다. 두 봉사단체는 약 30년 전부터 미국 가정에 입양된 청소년 20여명을 매년 한국으로 초청해 가족을 찾아 주고 문화유적지 답사 등 ‘모국 체험’을 돕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초청이 불가능하자 ‘외국인’으로 분류돼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파양 후 국내 거주자, 국내 유학생, 국내 취업 청소년들을 초청했다.

해외 입양청소년 초청은 36년 전 354-D지구 총재이면서 연희치과원장을 지낸 이대원(84) 박사가 시카고 아리랑라이온스클럽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한 입양인 청년을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됐다. 이 전 총재는 당시 한 커피숍에서 동양인 같아 보이는 청년에게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는데 입양인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한국인을 증오하고 경멸했다. 청년은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는 엘리트였지만 “조국이 나를 두 번 버렸다”고 했다. “한 번은 입양을 보내면서 버렸고, 또 한 번은 조국이 찾지 않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교포사회가 이용만 하니 대한민국의 ‘대’ 자도 싫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는 귀국길에 입양청소년들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까 고민한 끝에 클럽 회원들을 설득해 1987년부터 ‘해외 입양청소년 모국애 찾아 주기 행사’를 매년 하고 있다. 초청된 청소년들은 문화유적지 탐방은 물론 한국어와 한국 요리 배우기 등을 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이 전 총재는 “친부모 대신 속죄하는 마음으로 계속 해외 입양청소년 초청 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20-06-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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