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통반장의 재발견
행정 사각 빈틈 메우는 동네 지킴이
청년 1인가구 늘면서 ‘MZ 통반장’도
![서울 성북구 보문동 통장인 이애숙(왼쪽)씨와 김정순씨가 무더위 속에서도 지난 4일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홀몸노인, 저소득 가구 등을 점검하다가 대상자가 대면을 꺼리자 문고리에 안내물을 걸어 두고 있다. 도준석 기자](https://img.seoul.co.kr/img/upload/2023/08/07/SSC_20230807181453_O2.jpg)
도준석 기자
![서울 성북구 보문동 통장인 이애숙(왼쪽)씨와 김정순씨가 무더위 속에서도 지난 4일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홀몸노인, 저소득 가구 등을 점검하다가 대상자가 대면을 꺼리자 문고리에 안내물을 걸어 두고 있다. 도준석 기자](https://img.seoul.co.kr//img/upload/2023/08/07/SSC_20230807181453.jpg)
서울 성북구 보문동 통장인 이애숙(왼쪽)씨와 김정순씨가 무더위 속에서도 지난 4일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홀몸노인, 저소득 가구 등을 점검하다가 대상자가 대면을 꺼리자 문고리에 안내물을 걸어 두고 있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땡볕이 내리쬔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주택가 골목길. 이애숙(71)씨와 김정순(70)씨가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렀다. 두 사람은 각각 보문동 15통·9통 통장이다. 누구보다 동네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폭염에 취약한 홀몸노인, 저소득 가구 등을 파악하고 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흐르는 날씨였지만 이들은 “한 집이라도 더 살펴보자”며 바쁘게 움직였다.
통반장이라고 하면 민방위 소집통지서를 전달하는 등 단순히 자치단체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동네 이웃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통반장은 행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폭염 속 취약계층 지원 연계는 물론 독거노인, 고립은둔청년, 쓰레기집(저장강박증 가구) 등을 방문해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위기가구 발굴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지난해 ‘수원 세 모녀 사건’ 등 잇단 비극도 소외된 이웃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는 행정의 공백에서 비롯됐다. 통반장은 행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주민과 행정을 잇는 ‘우리동네 지킴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5개 자치구의 통장은 1만 2409명, 반장은 5만 3854명이다. 청년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통반장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2021년 말 기준 서울의 통장 가운데 20대는 7명, 30대는 117명으로 집계됐다.
통반장들은 세대·지역별로 동네에 필요한 복지·치안·안전·교육 등 다양한 행정 수요를 관(官)에 전달한다. 아무리 인공지능(AI)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이웃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많다. 역할에 비해 통반장의 처우는 열악하다. 통장은 조례에 따라 매월 30만원 안팎의 수당을 받는다. 통장을 보조하며 지역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반장은 수당조차 없다.
장진복·조희선 기자
2023-08-08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