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챙겨 먼저 도망친 모텔 방화용의자 “무서워 도망쳤다”

짐 챙겨 먼저 도망친 모텔 방화용의자 “무서워 도망쳤다”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9-12-22 14:45
수정 2019-12-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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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39세 김모씨 긴급체포…신변비관 방화 추정

2명 사망·31명 부상…사망자 늘 가능성도
신변 비관해 불질렀다가 놀라 대피한 듯
22일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방화 혐의를 받고 있는 투숙객 김모씨가 해당 모텔로 향하는 모습. 광주 뉴스1
22일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방화 혐의를 받고 있는 투숙객 김모씨가 해당 모텔로 향하는 모습.
광주 뉴스1
광주광역시의 한 모텔에서 30대 남성이 투숙객이 22일 새벽 불을 질러 2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치는 참변이 발생했다. 방화범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질렀다가 막상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도피면서 자신의 짐까지 챙겨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김모(39)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는 이날 오전 5시 45분쯤 광주 두암동의 한 모텔 3층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 33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쳐 인근 병원 8곳에 분산 이송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투숙객 중 13명은 심정지, 호흡곤란, 화상 등으로 긴급·응급 환자로 분류돼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18명은 비응급 환자로 분류돼 치료를 받았으며 일부는 귀가했다. 일부는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생명이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불은 30여분 만인 오전 6시 7분쯤 진화됐다.
22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모텔 방화 사건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감식반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2019.12.22 연합뉴스
22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모텔 방화 사건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감식반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2019.12.22 연합뉴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방화 용의자 김씨는 이날 0시쯤 모텔로 들어가 3층 방에 투숙했다. 일용직 노동일을 하는 김씨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주거지로 귀가하지 않고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처음에는 라이터로 베개에 불을 붙인 뒤 불을 확산시키기 위해 화장지를 둘둘 풀어 올려놓기까지 했다. 불길이 거세게 일자 그는 이불을 덮고 객실을 벗어났다. 그러나 짐을 놓고 온 것을 안 김씨는 다시 모텔방에 들어갔다.

짐을 챙겨 나오다 연기를 마시고 화염으로 등에 화상을 입는 김씨는 모텔에서 가장 먼저 대피해 구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지르고 막상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대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불을 질렀는데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불을 낸 객실 방문을 열면서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김씨도 방문을 열자 불길이 거세게 번졌다고 경찰에게 진술했다. 불길은 그가 머문 모텔방 내부를 모두 태우고 복도 건넛방까지 번졌다.
22일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한 소방관이 화재 원인 조사와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한 소방관이 화재 원인 조사와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김씨의 방에서 불이 급속히 번진 점 등을 토대로 화재 초기부터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를 찾아 나섰다. 이어 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씨가 비교적 초기에 대피해 그을음 흔적이 적은 점 등을 토대로 그에게 접근해 “불을 질렀나”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김씨는 “제가 불을 지른 것이 맞다”고 실토했다.

불은 5층 규모 모텔의 중간인 3층 객실에서 시작돼 4~5층 투숙객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력 217명, 소방차 등 장비 48대를 동원해 진화와 인명 구조를 했다. 소방대원들이 내부로 진입했을 당시 모텔 3~5층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한 여성 투숙객은 비상계단으로 몸을 피하지 못해 4층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이 여성은 천막 위에 떨어져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다수 투숙객이 119구조대가 도착 전까지 연기가 가득 찬 건물 안에 갇혀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김씨가 병원 치료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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