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염수 방류 첫날… “코로나때는 기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대도 희망도 없어요”

[르포] 오염수 방류 첫날… “코로나때는 기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대도 희망도 없어요”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8-24 09:36
수정 2023-08-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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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 첫날 제주시수협 수산물위판장 가보니… 주문도 수입도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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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 첫날인 24일 제주시수협 수산물위판장에는 도매상인들이 어선에서 갓 잡아올린 갈치 경매에 나서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 첫날인 24일 제주시수협 수산물위판장에는 도매상인들이 어선에서 갓 잡아올린 갈치 경매에 나서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코로나때는 사람들이 안 나와도 기대라는게 있었지만, 지금은 기대도, 희망도, 아무 것도 없어요.”

일본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결정한 첫날, 오전 6시쯤 제주시 수협 수산물위판장에서 만난 어민 이혜경(64)씨는 “작년보다 어획량이 3분의 1밖에 안 나고 육지에서 주문량도 거의 없다”면서 “코로나때는 단가라도 받혀줬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불안해서 그런지 먹지 않는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갈치 한 상자(20마리)에 14만원 정도해야 타산이 맞는데 지금은 7만~8만원선으로 반토막 났다”면서 “갈치가 두달여 안 잡히다가 지난 주부터 다시 잡히기 시작했지만 이젠 단가마저 떨어지고 기름값마저 올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것(갈치잡이)도 한철 농사인데 원전 오염수 방출 때문에 희망이 없고 정부에서 이렇다 할 대책이 안 나오니 답답할 노릇이다”고 덧붙였다.

도소매하는 어민들도 “방류 하루 전인 어제는 사람들이 밀물듯이 떼지어 내려 온 손님들이 몇 상자씩 사갔다”면서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했으면 미리 사재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다음달 28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문모(57)씨는 “사실상 주문도 판매 수입도 반토막 났다고 보면 된다”면서 “제발 괴담을 퍼뜨려서 불안을 더이상 조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곳 직판장에는 오늘 어선에서 들어온 빛깔좋은 은갈치 20마리 정도 든 10㎏ 상자들 2000~3000여개가 나란히 바닥에 길게 펼쳐져 경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불안했으면… 방류 전날 직판장에 사람들 몰려와 갈치 몇상자씩 미리 사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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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4일 제주시수협 위판장을 직접 찾아가 어민들과 소통하며 휴대용 방사능검사기로 방사능 누출여부를 시험해 보고 있다. 이곳 위판장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은 생선들만 경매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4일 제주시수협 위판장을 직접 찾아가 어민들과 소통하며 휴대용 방사능검사기로 방사능 누출여부를 시험해 보고 있다. 이곳 위판장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은 생선들만 경매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이날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홍보를 직접 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이곳 직판장을 찾아 어민들과 소통했다. 방사능 검사 현장을 점검하고, 안전·안심 제주수산물 알리기에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 오 지사는 휴대용 방사능 장비로 직접 체험하며 “방사능에 노출 안된 물고기는 기계 화면에 녹색이었다가 방사능에 노출될 때는 이처럼 붉은 색을 띈다. 여기 갈치들은 방사능이 불검출돼 모두 안전하다는 검사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제주시수협, 서귀포수협 등 주요 산지위판장 방사능 검사 시료채취를 하게 된다. 민간(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한국방사능분석협회)이 위판장에 방문해 시료를 채취해 수품원, 지자체 등 검사기관에 이송하면 도착 즉시 전처리 과정을 거친 후 1800초(30분) 만에 검사가 완료되면 SMS로 통보 후 결과서를 송부하게 된다.

#오영훈 도지사, 새벽부터 위판장 찾아 방사능검사 체험해보며 제주 수산물 안전 홍보 팔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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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도지사(왼쪽 가운데)가 24일 제주시수협 직판장 앞 어선에서 갓 잡아올린 갈치를 내리는 어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오영훈 도지사(왼쪽 가운데)가 24일 제주시수협 직판장 앞 어선에서 갓 잡아올린 갈치를 내리는 어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오 지사는 “도내 4개 수협 위판장에서는 제주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매일 실시할 계획”이라며 “유통 단계 전 제주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철저하게 진행하고, 안전이 확인된 수산물만 유통될 수 있도록 도 당국과 수협이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누구나 안심하고 제주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방사능 검사대상을 기존 양식수산물(70건)에서 연근해 어획수산물(200건)까지 확대했으며, 현재까지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한편 도는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능 검사가 가능한 감마핵종분석기 2대를 갖췄으며, 삼중수소까지 분석할 수 있는 베타핵종분석기도 연내에 확충할 계획이다. 방사능 감시 결과는 도청 누리집을 통해 주 1회 공개해온 것을 매일 공개하고, 24일부터 ‘수산물 안전 신호등’을 도 누리집과 대형 전광판, 버스정류소 전광판 등에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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