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집유행진’ 못 낀 CJ 이재현

‘총수 집유행진’ 못 낀 CJ 이재현

입력 2014-02-15 00:00
업데이트 2014-02-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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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억 횡령·배임 등 유죄…법원 “비자금, 개인용도 사용”

법원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함에 따라 구자원 LI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 이어졌던 그룹 총수들의 집행유예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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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이재현 회장. 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1심 선고를 마친 뒤 마스크와 모자를 쓴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용관)는 14일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이용해 260억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해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고, 603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5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 회장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은 이 회장은 항소할 경우에도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해 계속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은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CJ 해외 계열사로부터 주식을 배당받는 등 소득이 발생했음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도 법인세를 내지 않는 등 조세를 포탈했다”면서 “비정상적인 형태로 조성된 거액의 비자금은 회사 부실을 초래하고, 불법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커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점에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1998년 관련 세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뤄진 조세포탈 부분과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 중 일부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비자금은 회사를 위해 조성한 것이라는 이 회장 측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은 지능적이고도 은밀한 방법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자신의 금고에 관리하면서 개인적 용도에 사용했다”면서 “비자금 조성 및 관리 방법이 회사 운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로 평가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형태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회장의 의사에 의해서만 비자금의 사용 시기와 액수가 결정되기도 했다”면서 “이 비자금이 CJ그룹의 긴급한 법인비용 충당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일본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CJ일본 법인에 대출채무를 보증토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됐다. 재판부는 일본 도쿄 소재 빌딩 구매가 이 회장의 개인재산 취득을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회장이 2008년에 국내 차명 주식과 관련한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면서 “2006년부터는 비자금 조성을 중단해 과거의 관행을 개선하려 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이 이 회장의 혐의에 대해 일부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이 회장의 범죄 액수는 검찰의 공소금액보다 다소 줄어들게 됐다. 당초 이 회장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546억원의 조세 포탈과 936억원의 횡령, 569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횡령액을 719억원으로, 배임액을 392억원으로 낮춰 1657억원을 공소사실에 적시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기소 금액 중 조세포탈 260억원과 횡령 719억원, 배임 363억원으로 총 1342억원이 인정됐다.

지난해 8월 신장 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은 이 회장은 이날 휠체어를 탄 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회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423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이 회장은 유죄를 직감한 듯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징역 4년이 선고됐지만 법정 구속은 되지 않은 이 회장은 선고가 끝나자 곧바로 휠체어를 타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이 회장은 “오늘 선고에 대해 한마디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떠났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2-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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