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이언스] 다빈치가 말년에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이유, 알고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다빈치가 말년에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이유, 알고보니…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05-05 14:13
수정 2019-05-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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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뇌졸중 아닌 신경마비로 추정

지오반 암브로시오 피구오가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초상. 오른 손이 굽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빈치 말년에 뇌졸중이 아닌 척골신경마비의 증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영국 왕립의학회 제공
지오반 암브로시오 피구오가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초상. 오른 손이 굽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빈치 말년에 뇌졸중이 아닌 척골신경마비의 증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영국 왕립의학회 제공
지난 2일은 르네상스 이탈리아가 배출한 최고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죽은 지 5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서거 500주년을 맞아 미국의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펴낸 평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근 출간되면서 그의 삶과 창의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빈치 최후의 작품이자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모나리자’가 미완성으로 남은 것에 대해서는 많은 예술사가들이 주목해 해석을 남겼는데 그의 게으른 천성 때문이라고 이야기됐지만 2005년 이탈리아 리오나르도박물관 연구진이 다빈치의 초상화를 분석한 결과 그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말년에 뇌졸중이나 4, 5번째 손가락이 펴지지 않고 오그라들며 마비증상이 생기는 듀피트렌 증상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로마 빌라살라리아클리닉 성형외과, 폰테데라병원 신경외과 공동연구팀은 다빈치의 말년 작품들과 그의 기록, 전기 등을 분석한 결과 다빈치는 말년에 뇌졸중이 아닌 외상으로 인한 신경 손상을 앓아 작품활동이 어려웠다고 5일 밝혔다. 이 같은 분석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의학회 저널’ 4일자에 실렸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빌라 살라리아 다비드 라쩨리 박사팀은 2016년에도 르네상스 시대 또다른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의 작품과 초상화를 분석한 결과 손에 심각한 관절염을 앓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영국 왕립의학회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16세기 화가 지오반 암브로시오 피구오가 그린 다빈치의 초상화와 다빈치와 동시대 인물인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라는 작가가 남긴 다빈치의 연주하는 모습, 다빈치의 기록과 전기 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피구오가 그린 초상화에서 다빈치의 오른팔이 뻣뻣하고 수축된 모습으로 붕대처럼 접은 옷 안으로 들어가 있는 모습에 주목했다.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가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주 모습.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클리블랜드 미술관에 보관 중. 영국 왕립의학회 제공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가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주 모습.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클리블랜드 미술관에 보관 중.
영국 왕립의학회 제공
일반적으로 뇌졸중 후 나타나는 근육경련에서는 손이 접혀 쥐어지게 되지만 다빈치의 손은 갈고리처럼 손가락이 휘어져 있는데 이는 척골신경마비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척골신경마비는 질병이나 외상으로 인한 신경손상으로 인해 손에 힘이 빠져 손을 쥐는 힘이 떨어지고 4, 5번째 손가락에 감각상실이 나타나는 동시에 손가락의 움직임이 제멋대로 움직이게 되는 증상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동물의 발톱처럼 손가락이 휘어져 고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비드 라쩨리 박사는 “모나리자를 포함한 많은 그림이 미완성으로 남겨지기는 했지만 말년에 여전히 제자를 가르치고 함께 그림을 그리고 많은 메모를 남긴 것을 보면 뇌졸중의 특징이라고 하는 반신불수나 지적 기능저하나 언어장애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프랑스에서 사망했을 때 급성 심혈관 질환이 사망원인이었을 수 있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뇌졸중과는 상관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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