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과 LG 트윈스의 평가전을 지켜보다가 잠시 한눈을 판 야구팬은 생경한 장면에 어리둥절해했을지도 모른다.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는 공식 경기가 아니어서 야구 규칙의 제약 없이 치러졌다.

애초 LG보다는 대표팀의 컨디션 점검과 경기감각 향상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기에 대표팀은 LG 측의 양해를 얻어 선수 기용에서 무한대의 재량을 발휘했다.

점수 차에 상관없이 매 이닝 투수 교체는 물론이고 공식 선수교체 없이 주전 외의 타자를 내보낸다거나 같은 대주자를 여러 차례 기용하는 식이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야수는 전원 한 번씩 써볼 생각”이라며 “스프링캠프에서 하는 것처럼 필요하다면 어느 시점에서든 누구든 투입해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감독의 말대로 프로야구 정규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속출했다.

대표팀의 4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는 8번 강민호였으나 타석에 들어선 것은 민병헌이었다.

민병헌이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나자 김민성이 배트를 잡았고, 강민호는 세 번째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원래라면 1번 타자 황재균이 나왔어야 할 차례였다.

이어진 5회말은 2번 타자가 아닌 강민호와 교체된 8번 타자 이재원부터 시작됐다. 이어 9번과 1번 타자인 오재원과 황재균이 차례로 타격에 임했다.

6회말에는 더욱 생소한 장면이 연출됐다.

손아섭이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대표팀은 김상수를 대주자로 내보냈다.

강정호의 적시타로 홈을 밟은 김상수는 민병헌이 타격하는 동안 잠시 쉬고 나서 나지완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다시 대주자로 1루에 서며 한 이닝에 두 차례나 대주자로 나섰다.

김상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교체 선수로서 주로 경기 막바지에 대주자나 대수비로 활약해야 할 선수다. 그때문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김상수에게 많은 대주자 기회를 주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민병헌과 김민성의 ‘대타’ 역시 짧은 대표팀 소집 기간에 최대한 실전과 근접한 환경에서의 타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 후반에는 원래 좌익수로 출전한 김현수가 1루수 글러브를 끼고 박병호의 자리에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는 대표팀의 유일한 1루수 자원인 박병호가 빠지는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