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징계위원회 회부 ‘사상 초유’

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징계위원회 회부 ‘사상 초유’

입력 2013-11-08 00:00
수정 2013-11-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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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체력 테스트 때 특정 심판 도운 것으로 드러나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심판 체력테스트에서 특정 심판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징계 위기에 몰리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축구협회는 9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징계위원회 안건이 한국 축구계를 총지휘하는 이재성(55) 심판위원장과 연루돼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축구계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지난 5월 대전에서 실시한 심판 체력 테스트에서 특정 인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 사실이 발각되자 사건의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전에서 열린 심판 체력 테스트에서 A 심판이 테스트를 치르기 직전 B 심판이 몰래 코스에 들어가 트랙에 설치된 콘의 위치를 바꿨다가 감독관에게 발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체력 테스트는 400m 트랙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150m(30초)를 뛰고 50m(35초) 걷기를 번갈아 최소 20회 뛰어야 합격하는 데 B 심판이 뛰는 거리가 줄어들고 걷는 거리가 늘도록 콘의 위치를 바꿨다.

당시 테스트를 진행한 감독관이 이 모습을 우연히 발견해 A 심판을 퇴장시켰고, 콘의 위치를 바로잡아 나머지 테스트를 실기했다.

감독관은 곧바로 이 사실을 축구협회에 보고했지만 심판위원장이 이를 뭉갠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사건이 지난달 축구협회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지면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사건을 조사한 결과 이재성 위원장의 지시로 B 심판이 콘의 위치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A 심판이 뛰다가 콘을 발로 찼다고 진술을 했고, 콘을 옮긴 당사자인 B 심판은 이 위원장을 현장에서 본 일도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모두 앞뒤가 맞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이 벌어진 뒤 6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놓고 축구협회 내부에 이 위원장을 감싸는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한 심판들이 100여명이 넘는 공공연한 사건이었다”며 “심판위원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지금까지 스스로 사퇴하지 않은 것 자체도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지만 징계위원장과 심판위원장은 축구협회 당연직 이사여서 징계위원장이 심판위원장을 징계하는 게 격(格)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판위원장을 직접 상벌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콘을 옮긴 B 심판을 대상으로만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징계위원회가 평일이 아닌 휴일에 열리는 게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 행위라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징계위원회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확정하기보다 징계위원들의 의견을 모은 뒤 회장단에 넘겨 심판위원장과 B 심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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