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3년 집유5년’ 무너진 재벌의 정찰제 판결…한화·재계 ‘패닉’

‘징역3년 집유5년’ 무너진 재벌의 정찰제 판결…한화·재계 ‘패닉’

입력 2012-08-17 00:00
수정 2012-08-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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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회장 법정구속 반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6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법원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자 한화와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김 회장이 재벌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법정구속까지 당한 데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과 비슷한 사례로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다른 재벌 총수들의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총수들에 대한 ‘정찰제 판결’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가 기존에 추진하던 인수·합병(M&A) 작업이나 대형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화 첫 1심 법정구속 ‘경악’

한화는 이날 김 회장에 대한 법원 선고에 대해 ‘당혹’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소한 법정구속만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과거 두 차례 구속된 적이 있지만 1심 재판 전에 영장이 발부됐고, 1심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 법원에서 실형을 받고 곧바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7년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법정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국내 10대 그룹 총수인 김 회장에 대해서는 실형은 선고해도 최종 판결까지 구속시키지 않고 방어권을 보장할 것으로 봤다.”면서 “재벌 개혁 등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화는 일단 그룹 경영기획실과 부회장단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전망이지만 김 회장이 직접 챙겼던 이라크 주택건설 프로젝트의 추가 수주와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ING생명 동남아 법인 인수 등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공식 논평을 통해 “법적 쟁점이 있는 사항에 대해 항소를 통해 다시 자세히 소명, 2심 재판부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 본연의 사업에 더욱 정진하여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경제 어려운데…” 반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판결 직후 성명에서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법정구속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재벌에 대한 법원의 ‘스탠스’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횡령·배임·분식회계 등 ‘화이트 범죄’ 혐의로 재판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총수들은 한결같이 징역 3년에 집유 5년의 판결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 김 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총수들이 속해 있는 대기업에도 불똥이 튈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최 회장과 박 회장에 대한 법원 선고는 각각 10월 초, 내년 초쯤으로 예상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8-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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