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특허소송 패배] 美, 애플 ‘디자인 특허’만 인정… 배심장 1인에 의존 ‘편견’ 소지

[삼성, 美 특허소송 패배] 美, 애플 ‘디자인 특허’만 인정… 배심장 1인에 의존 ‘편견’ 소지

입력 2012-08-27 00:00
수정 2012-08-2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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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세기의 재판’ 국내와 정반대 평결 왜

한국·유럽에서와 달리 애플이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데 대해 미국 배심원들이 자국 업체에 지나치게 유리한 해석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에 가히 ‘완승’이라고 할 평결을 내린 것은 앞서 서울중앙지법이 삼성전자에 ‘판정승’을 안긴 것과는 정반대의 결정이다.

양국 소송의 최대 쟁점이었던 애플 제품의 독특한 외관에 대해 한국 법원은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 배심원단은 애플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는 양측 법원이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개념에 대해 엇갈리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다른 제품들과 구분되는 외형이나 느낌을 뜻한다.

제품이 전체적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줄 경우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창성(Originality) 보호를 중시하는 미 특허법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 제품에 대한 어느 정도의 모방이 불가피했던 국내 산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를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이런 경향은 이번 소송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또 다른 쟁점인 삼성의 필수표준 특허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법원과 미국 법원 배심원단은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이 역시 ‘프랜드’ 조항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적용할지에 대한 관점이 달라서였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을 줄인 말로, 일단 어떤 특허기술이 표준 기술로 자리 잡으면 특허권자는 이를 적정한 로열티를 받고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법원은 “프랜드 선언을 했다고 해서 금지 처분 자체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애플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미 배심원단은 애플이 삼성과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공유) 계약을 맺은 업체가 생산한 부품을 이용해 스마트 기기를 만든 만큼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특허 소진’ 논리를 받아들였다.

업계에서는 미 배심원들이 자국 기업의 유불리를 따져 평결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애플 본사가 위치한 ‘안방’인 데다, 재판이 열리는 법원도 실리콘밸리에 속한 새너제이에 있는 점 등을 들어 배심원들이 애플에 우호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이 각자 25시간씩 주어진 변론 시간 대부분을 애플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써버려 정작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는 데 소홀했던 점도 패인으로 꼽힌다.

이에 앞서 미국 상무부는 가전업체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다. 신일본제철은 지난 6월 포스코를 상대로 ‘영업비밀 기술정보를 사용해 방향성 전기강판을 제조, 판매하는 행위 등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경기 침체를 이유로 각국이 사실상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전자와 정보기술(IT), 자동차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가 특허 분쟁 등 경쟁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을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2-08-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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