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율규제에 맡겨야…시행착오 불가피”

“인터넷, 자율규제에 맡겨야…시행착오 불가피”

입력 2012-10-18 00:00
업데이트 2012-10-18 15:1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인터넷, 그 길을 묻다’ 저자 강민구·윤종수 판사

“인터넷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프라인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만한 부분이 온라인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국정보법학회가 출간한 ‘인터넷, 그 길을 묻다’(중앙북스)에 저자로 참여한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8일 구글코리아 주최로 IT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에 인터넷이 도입된 초창기인 1996년 법과 IT 분야에 관심이 많은 법조인을 주축으로 정부, 학계, 산업계 인사들이 모여 만든 한국정보법학회의 공동회장인 강 부장판사는 “만약 우리나라가 스마트폰을 서둘러 들여오지 않았다면 오늘날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주요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인터넷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흐름이 인터넷의 자율 규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지금처럼 우리나라 표준만 고집하면 IT업계의 갈라파고스 섬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러한 규제가 가장 잘못 적용된 부분으로 공인인증서 제도를 지목했다. 공인인증서의 폐쇄적인 특성이 전자상거래 발전을 막는다는 맥락에서다. 그는 IT업계를 관할하는 정부기관이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했다.

책의 저자로 참여한 윤 부장판사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면서 자율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 분야의 세계적인 오픈 라이선스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를 국내에 소개해 이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그는 “그동안 인터넷을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다 보니 규제가 불가피했으나 이러한 규제는 또다른 규제를 가져오게 된다”며 “자율에 맡기면 초기에는 문제가 나타나겠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경계의 대상으로 보고 규제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주도할 좋은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두 사람은 한국판 냅스터 사건인 ‘소리바다’ 판결을 예로 들었다. 당시 P2P 사업이나 저작권 문제, 인터넷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론이 내려져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만약 이러한 서비스의 본질을 꿰뚫어봤다면 오늘날 아이튠즈가 점령한 시장을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자율규제에 전적으로 맡길 경우 문제점으로 종종 언급되는 악성 댓글에 대해 두 사람은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타진요’ 같은 비극이 발생한 원인이 올바른 인터넷 사용 교육이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강 부장판사는 사법부의 역할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온라인상에서의 명예훼손이나 권리침해에 대해 높은 금액의 위자료를 책정한다면 일종의 경각심을 줄 수 있는데 이러한 전향적인 판결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국정보법학회를 설립한 지 16년이 지나 인터넷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인터넷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는 답을 내놨다.

윤 부장판사는 “글로벌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인터넷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우리나라를 일종의 선례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 혁신의 동인은 무엇인지, 방향은 어디인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80의 가치를 얻기 위해 20의 비용이 든다면 20을 내는 것을 두려워해서 안된다. 인터넷을 단순히 경제적인 가치로만 보지 말고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