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81만원 스마트폰 1년뒤 중고폰 돼도…

출고가 81만원 스마트폰 1년뒤 중고폰 돼도…

입력 2012-11-06 00:00
업데이트 2012-11-0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휴대전화 보험’의 불합리한 보험료 산정 방식 때문에 고객들이 손해를 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간이 지나면 물건의 가치가 깎이는데도 유독 휴대전화에는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고객들이 비싼 보험료를 물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처럼 감가(減價)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통계 부족” 등을 이유로 제도 개선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골프채 등 물건의 파손과 분실에 대비하는 일반적인 물(物)보험은 감가가 적용돼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금(보험금)이 줄어든다. 대신, 고객이 내는 보험료도 그만큼 낮아진다. 그런데 휴대전화 보험에는 이런 감가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금액이 곧 보험금 산정 기준”이라면서 “감가 기준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출시된 아이폰4S(16기가)는 출고가가 81만 4000원으로 1년째 변함이 없다. 따라서 이 기종의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년 전에 샀든 지금 샀든 동일한 가치(81만 4000원)를 전제로 동일한 보험료를 내고 있다.

연간 감가율이 10%만 적용됐어도 1년 전에 아이폰4S를 구입한 고객은 보험금 산정 기준이 73만 2600원(81만 4000원에서 10%인 8만 1400원을 뺀 금액)으로 떨어져 보험료를 할인받았을 것이다. 구입기간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휴대전화 보험료가 월 4000~5000원 선으로 대동소이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감가가 적용되지 않으면 보상받는 물건값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결과적으로 고객의 손해는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보험은 고객 본인이 물어야 하는 ‘부담금’ 비중이 높게 설계돼 있어 오히려 이중 손해다. 통상 고객 부담금은 자기부담금(출고가의 30%)과 추가부담금(출고가-최대 보장한도 60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4S를 분실했다면 자기부담금 24만 4200원(출고가 81만 4000원의 30%)에 추가부담금 21만 4000원(81만 4000원-60만원)을 더한 45만 8200원을 내야 새 아이폰을 받을 수 있다. 10% 감가를 적용하면 자기부담금(21만 9780원)과 추가부담금(13만 2600원)이 각각 내려가 35만 2380원만 내도 된다. 10만 5000원가량을 고객이 더 물고 있는 셈이다.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휴대전화는 기본적으로 물보험 성격이 짙은 만큼 연한에 비례해 감가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통상적인 휴대전화 보험 가입기간인 18개월 동안 한 달에 1%씩(연 12%) 감가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휴대전화 보험과는 별개인) 일반 화재보험에서 휴대전화에 대해 6년 동안 연간 13.33%씩 감가를 적용해 화재 피해를 보상하는 사례와 견줘 봐도 감가를 적용하지 않는 휴대전화 보험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휴대전화 보험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감가 기준을 산출할 만큼 충분한 통계치가 모이지 않았다.”면서 “휴대전화 시장도 워낙 빠르게 변해 감가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용어클릭]

●휴대전화 보험 휴대전화 분실이나 손상 등을 보상해주는 보험. 최근 스마트폰 등 고가 휴대전화가 늘어나면서 가입자 수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