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6년만에 첫 감소…‘베르테르 효과’ 없었다

자살률 6년만에 첫 감소…‘베르테르 효과’ 없었다

입력 2013-09-25 00:00
업데이트 2013-09-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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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농약 유통 규제도 자살 감소에 기여

경제난과 사회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늘어나던 자살 사망자 수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6년 이후 첫 감소다.

인구 고령화로 폐렴 등 호흡기질환에 따른 사망자는 전년보다 19.3% 늘었으며,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사망자 수도 38.4% 급증했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2년 사망원인통계’를 25일 발표했다.

◇작년 사망자 26만명 돌파…역대 최고

지난해 사망자 수는 26만7천221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3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1년보다 남성(14만7천372명)은 2.9%, 여성(11만9천849명)은 5.0% 늘었다.

조(組)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은 530.8명으로 전년보다 17.1명(3.3%) 증가해 3년 연속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사망자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년에 견줘 70대 사망자는 6.0%, 80세 이상은 9.6% 늘었다. 반면 20대(-14.0%), 10대(-12.5%), 30대(-5.4%)는 감소했다.

사망자수 성비는 50대가 2.96배로 가장 높았다. 50대 여성이 1명 숨을 거뒀을 때 남성은 2.96명 사망했다는 얘기다. 사망자수 성비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다 50대를 정점으로 감소, 80세 이상에선 0.56배를 기록했다.

사망 원인 1위는 악성신생물(암)로 전체 원인의 27.6%를 차지했다. 2위는 심장질환(9.9%), 3위는 뇌혈관질환(9.6%)이다. 이들 3대 원인은 전체 사인의 47.1%에 달했다.

4위는 고의적 자해(자살), 5위는 당뇨병이었으며 폐렴, 만성하기도질환(기관지염 등), 간 질환, 운수 사고, 고혈압성 질환 등이 뒤를 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자살(8위→4위), 폐렴(12위→6위)의 순위가 높아졌다.

성별로 보면 남녀 모두 상위 3위(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까지는 사인이 같았다. 남성은 자살, 간 질환, 운수사고의 순위가 여성보다 높았다. 여성은 당뇨병, 폐렴,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을 거두는 이들이 남성보다 많았다.

연령별로 10대~30대의 사인 1위는 자살이었다. 그 밖의 연령층은 모두 암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매일 38.8명 자살…자살 사망자수 6년만에 첫 감소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4천160명으로 2011년보다 1천746명(-11.0%) 감소했다. 하루에 38.8명꼴로 자살했다. 전년(43.6명)보다는 5명가량 줄어든 셈이다.

남성의 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자 수)은 38.2명으로 전년보다 11.8% 감소했고, 여성의 자살 사망률은 18.0명으로 10.4% 하락했다.

자살이 줄어든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2002년 8천612명이었던 자살 사망자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2007년 1만2천174명, 2010년 1만5천566명 등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유독 자살이 감소한 것은 ‘베르테르 효과’가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 자살할 때 그 충격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방 자살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한국자살예방협회가 2005년 이후 연예인 자살 직후 2개월간의 자살자 수를 분석한 결과 평년에 견줘 600여명 가량 자살 사망자가 늘어났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유명인이 자살하면 직후 한두 달간 자살률이 높아지는데, 2012년에는 유명인 자살이 거의 없었다”며 “최근 긴급전화상담, 자살예방센터 등 인프라가 강화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자살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던 그라목손 등 맹독성 제초제의 유통을 2011년 11월부터 금지한 영향도 있다”며 “지난해 그라목손에 따른 사망 건수는 전년보다 477건 감소해 전체 자살자 감소규모의 27%를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이 ‘자살공화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은 여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자살률은 29.1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OECD 평균(12.5명)의 2.3배에 달했다.

한편, 자살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올라갔다. 80대 이상이 104.5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70대 73.1명, 60대 42.4명, 50대 35.3명, 40대 30.9명, 30대 27.3명, 20대 19.5명, 10대 5.1명 등이었다.

자살은 4월(9.5%)과 5월(9.5%)에 집중됐고 12월(6.5%)과 1월(7.2%)은 비중이 낮은 편이었다.

◇’고령화의 그늘’…폐렴 사망자 급증

고령화의 여파로 호흡기계통 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전년보다 13.7% 급증했다. 폐렴(19.3%), 만성하기도 질환(12.0%) 모두 노인이 걸리기 쉬운 병이다.

조(組)사망률(530.8명)이 전년보다 17.1명(3.3%) 증가한 것도 고령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원 과장은 “조사망률이 높아진 건 고령인구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며 “지난해 2월 큰 한파가 닥쳤는데, 2011~2012년 사이 증가한 사망자 수의 61%(5천947명)가 2~3월에 있었다”고 말했다.

암에 의한 사망률은 146.5명으로 전년 142.8명보다 2.6% 증가했다. 남성은 폐암-간암-위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고 여성은 폐암-대장암-위암 순으로 높았다. 남성의 암 사망률(184.5명)은 여성(108.5명)보다 1.7배 높았다.

연령별로 10대~20대 암 사망자의 사인은 백혈병이 1위였고, 30대는 위암, 40~50대는 간암, 60대~80세 이상은 폐암이었다.

순환기계통 질환 사망률은 117.1명으로 심근경색증, 협심증, 심부전 등 심장질환 사망률(52.5%)이 가장 높고 뇌혈관질환(51.1명), 고혈압성 질환(10.4명)이 뒤를 따랐다.

사고사와 같은 외인(外因)에 의한 사망률은 61.9명으로 전년보다 4.4% 줄었다. 구성 항목을 보면 자살(28.1명), 교통사고 등 운수사고(12.9명),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추락사고(4.2명) 순이었다.

외인에 의한 사망률은 남성이 83.8명으로 여성(39.9명)보다 2.1배 높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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