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독백처럼… ‘거대한 쓰나미’에 무릎

이석채, 독백처럼… ‘거대한 쓰나미’에 무릎

입력 2013-11-04 00:00
업데이트 2013-11-0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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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회장 전격사의 안팎

이석채 KT 회장이 르완다 출장 중 내뱉은 독백처럼 결국 ‘거대한 쓰나미’에 무릎을 꿇었다. 검찰 수사가 배임에서 비자금을 겨냥한 특수수사 성격으로 전환돼 전방위 압박을 해오는 가운데 3분기 실적까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더 이상 버틸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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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 연합뉴스
이석채 KT 회장
연합뉴스
3일 KT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일 아프리카 정상 전략회의(TAS·Transform Africa Summit 2013)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별다른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거취 표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기자단 만찬에서 “거대한 쓰나미를 어떻게 돌파하겠냐”고 말해 이번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후 검찰이 2차 압수수색을 벌이고 자금추적 전문수사관을 지원받는 등 수사를 확대하자 이 회장은 회사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퇴를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의혹들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제 급여도, 장기성과급도 한치 숨김없이 공개하겠다”며 결백을 우회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번 아프리카 출장에서 예정에 없던 케냐 사업 진출 등 성과를 올렸으나 국내에서 ‘수사 지연용’, ‘국정감사 회피용’이란 비난을 받았다. 또 출장 기간 중 발표된 3분기 KT 실적 부진도 이 회장의 결단에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KT의 3분기 실적은 매출 5조 7346억원, 영업이익 307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4%, 11.6% 감소했다.

이 회장은 2009년 1월 민영 KT 4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직후 KT-KTF를 합병해 회장 자리에 올랐고 이후 ‘탈통신’을 주장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사업과 계열사 확대 등에 주력했다. 반면 전 정권 인물들을 임원이나 자문으로 기용하면서 ‘낙하산 논란’, ‘사유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회장이 검찰 수사 끝에 퇴진하면서 KT를 둘러싼 정치권 입김 논란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KT는 정부 지분 ‘0%’인 순수 민간기업이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 직후부터 ‘퇴진압박설’에 시달렸고, 지난 8월에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퇴를 종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전임 남중수 사장도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명박 정권으로의 정권교체 후 검찰 수사를 받고 끝내 중도 사퇴했다.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가 이 회장에 대한 정권 차원의 ‘마지막 경고’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이 회장은 다음 CEO가 정해질 때까지는 조직 안정을 위해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후임에 대한 하마평은 정권 교체 직후부터 이미 쏟아져 나왔다. 내부 출신 중에는 표현명 현 KT T&C부문 사장, 이상훈 전 사장, 최두환 전 사장 등이, 외부 인사 중에는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 사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포스코다. 거취에 관한 한 이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패키지나 다름없다는 게 시류다. 지난달 세계철강협회 회장으로 선임된 정 회장은 내년 10월까지로 돼 있는 임기를 채우는 것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3-11-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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