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입력 2014-11-13 00:00
업데이트 2014-11-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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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단기간 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만큼 당분간 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인하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0%가 됐다.

가파른 엔화 약세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가 커진 상황이지만, 원화도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릴 요인을 찾기는 어렵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중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금리 인하 효과 지켜보며 ‘실탄’ 아끼는 한은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대부분은 한은이 이번 달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바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기준금리는 연달아 인하된 적이 없다.

지난달 한은은 경제 주체들의 미흡한 심리 회복세, 낮은 물가상승 압력 등을 들어 금리를 내렸지만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월 제조업 체감경기지표(BSI)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소비자심리지수(CSI)도 세월호 직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한은은 이번달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내수 관련 지표들이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는 가운데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부진했다”고 최근 경제 상황을 평가했다.

정부도 지난 11일 발표한 ‘최근 경기동향’(그린북)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해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중국에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하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금통위원을 지낸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효과가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낮추면 어려울 때 써야할 ‘실탄’만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면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심정으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회복세가 미약해 경기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와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 미국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10월 한 달 새 6조9천억원이 늘어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1%대 은행 예금금리 시대가 눈앞에 닥치자 전세금도 오르는 추세다.

추가 금리 인하 논의를 불붙였던 원·엔 환율 하락세도 최근 잠잠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90원 후반대로 오르며 원화 가치의 하락 속도가 엔화 가치 하락 속도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엔저에 대한 대응이 대체로 잘 이뤄지고 있다”며 “원화 가치가 엔화 가치에 동조해 움직이도록 한은이 굳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되살아난 추가 인하 기대감…”금리 인하 파급효과 높여야”

이번 달 금리가 동결됐지만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나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 등 추가 완화를 단행할 수 있는 여지는 살아있다.

엔저가 장기화하면 부작용이 불가피한데다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 원화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엔저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겠지만, 성장세 둔화와 낮은 물가상승률에는 대응할 것”이라며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기업들이 투자 집행을 늦추고, 주식시장 약세로 가계소비가 감소하는 등 엔저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 결국 기준금리 인하가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더 내려간다면 그 시점은 내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목욕탕 물이 식고 있는데 뜨거운 물 두 바가지(금리 인하)를 부었다고 해서 금세 따뜻해지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해서 아예 뜨거운 물을 붓지 않는다면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냉기로 물이 아예 식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의 ‘효과’를 높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재부와 한은이 가계부채 총량을 어떻게 구조조정할 것인지 확고한 계획을 갖고 금리를 내리는 것이 좋다”며 “앞으로 인하 기회가 5∼6차례 정도 남은 만큼 적은 ‘화살’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소비·투자심리가 워낙 좋지 않아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금리 인하의 파급 경로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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