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全無·반토막 은행’ 속출…”인사적체·지점 통폐합에 채용여력 줄어”
인문계 대졸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은행권 채용이 급속히 줄고 있다.신규 채용이 전혀 없었던 은행까지 나오면서 올해 은행권이 받아들인 신입사원은 지난해에 비해 급감했다.
은행 내 인사 적체가 심각한데다 지점 통폐합, 온라인뱅킹 활성화 등으로 필요인력이 줄어든 탓이다. 내년에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올해 시중은행 신규채용 14% 급감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올해 4년제 대졸, 전문대졸, 고졸 채용 등을 합친 정규직 신규 채용은 총 1천918명으로 지난해 2천235명에 비해 14.2% 급감했다.
직원 근속연수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18년에 달해 심각한 인사 적체를 겪고 있는 외환은행은 올해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84명에 달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2009년 이후 희망퇴직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아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고령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나은행과의 통합 등도 고려해 올해 신입사원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하나은행도 올해 상반기에 채용을 하지 않고 하반기에만 118명을 뽑았다. 지난해 상반기 119명, 하반기 83명 등 202명을 채용한 것에 비하면 ‘반토막’난 셈이다.
시중은행 중 인사적체가 가장 덜하다는 기업은행의 올해 채용 규모도 220명에 그쳐 지난해 411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인력 수급을 감안하면 채용규모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반영해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는 내부 판단에서다.
시중은행 중 최대의 인력을 뽑는 농협은행도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 567명에서 올해 540명으로 줄었다.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올해 점포 확충에 나섰지만 신규채용은 되레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채용인력은 400여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며 신한은행은 300명으로 작년과 같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국민은행이 지난해 271명에서 올해 330명으로 늘렸다.
은행의 신규채용 급감은 최근 수년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0년 428명을 뽑았던 하나은행은 올해에는 118명으로 대폭 줄였으며, 농협(2012년 1천130명→올해 540명), 신한(2010년 600명→올해 300명), 우리(2012년 600명→올해 410명) 은행 등도 수년 새 신규채용을 축소했다.
◇ 인사적체·지점 통폐합으로 내년 전망도 ‘암울’
은행권의 내년 채용 전망도 밝지 않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내년 초에 조기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후 지점 수는 952개, 직원 수는 1만7천명에 육박한다.
이는 지점 수가 비슷한 신한은행의 직원 수가 1만4천여명인 것에 비해 2천여명이나 많은 인원이다. 당연히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경영진은 노조에 “통합 후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한 상태다. 결국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재 연수 중인 하나은행의 신입사원들이 내년 초 일선 부서에 배치돼, 내년 상반기에 채용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은행들도 과장급 이상 관리자 비중이 전체 인력의 60%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인사 적체와 인력 과잉 문제를 갖고 있어, 올해보다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온라인뱅킹의 활성화로 인한 오프라인 지점 통폐합도 신규 채용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 일년 새 시중은행에서 사라진 점포 수는 270개에 달한다. 내년 초에도 국민, 농협, 신한은행 등 3개 은행이 39개의 지점을 줄이는 등 지점 통폐합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만큼 필요인력이 줄었지만, 직원들의 반발 등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은행으로서는 신규 채용인력을 최소화해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60세 정년연장 등으로 고령 인력이 더 늘어난다면 은행의 인건비 부담 또한 더 커지게 된다”며 “지금은 은행들이 신규 채용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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