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데 없다”…고액 예금 달갑지 않은 은행

“돈 굴릴 데 없다”…고액 예금 달갑지 않은 은행

입력 2015-01-01 10:17
수정 2015-01-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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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예금 유치하는 직원 성과지표 가중치 낮아지기도

저금리로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이 기업이나 기관의 고액 예금 예치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몇몇 시중은행은 저금리 고착화로 고액 예금에 대한 수신 금리 부담이 가중되자 수백억원 단위의 법인 예금을 유치하는 직원에 대한 핵심성과지표(KPI) 가중치를 큰 폭으로 낮췄다.

A 은행의 강남 PB(개인자산관리) 센터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법인 예금 100억원을 유치하는 것보다 개인 예금 1억원을 유치하는 직원에게 부여되는 KPI 가중치가 더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계대출은 가계부채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은행이 규모를 늘리는데 한계에 봉착했다. 또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의 대기업은 세계 경제와 국내 경기가 불안해지면서 투자를 꺼리고 사내유보금 비중을 높이는 등 은행으로부터 자금 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다.

중소기업 대출과 해외 진출에는 고도의 리스크 관리와 비(非) 재무정보 분석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금융담당 부행장은 “기업이 고액예금을 예치할 때에 요구하는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으면 받기 꺼려지는 상황”이라면서 “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예금보험료 등 중개비용만 하더라도 예금액의 1% 넘는데, 요즘처럼 저금리 상황에서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1% 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금과 충당금 적립까지 더하면 은행의 역마진 부담은 더 커진다.

이형일 하나은행 PB 사업본부장은 “워낙 저금리 상황이어서 은행들이 고액예금 유치에 적극성이 떨어졌다”면서 “예금액이 고액이면 은행은 신용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예치금에 대한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결국 수신 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예금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량 고객에게 금리를 더 주던 관행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원들이 자산가들에게 정기예금을 권유하는 사례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A 은행의 강남 PB 센터에서는 현재 정기예금 총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예금 금리는 계속 낮아지는데 은행으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커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재작년 말 연간 2.62%였던 예금금리(순수저축성예금 기준)는 지난해 3월 말 2.61%, 6월 말 2.57%, 9월 말 2.36%로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예금은행의 평균 저축성 수신 금리는 전월보다 0.08%포인트 하락한 연 2.1%로 사상 최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예수금은 재작년 4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1분기 3.65%, 2분기 4.41% 각각 늘어나는 등 3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율이 확대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대체투자 기회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가 떨어질 대로 떨어지면서 은행에서는 정기예금보다 자본시장을 매개로 한 간접투자상품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규모는 67조원에 달하며, 종목 수도 재작년 1만7천여종에서 지난해에 2만1천여종으로 크게 늘었다.

B 은행의 한 자산관리담당 직원은 “금리가 낮은 정기예금보다 원금이 보장되고 위험은 크지 않은 ELS, ELD, ELF 등 주가지수연동형 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에서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2%대 초반으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초 시중은행의 일부 예금상품 금리는 또 떨어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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