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파업 ‘초읽기‘… 물류대란 ‘초비상’

HMM 파업 ‘초읽기‘… 물류대란 ‘초비상’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1-08-23 21:42
수정 2021-08-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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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92% 찬성… 내일 단체 사직서
1976년 창사 후 처음… “선상 노예 취급”
‘연봉 2.5배‘ MSC사에 단체 지원서 예정
수출 대란 불가피… 사측 “노조 설득”
“채권단 산은, 지분 25%로 차익”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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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선원들이 가정을 잃어 가며 한국 해운물류를 틀어막았지만, 이제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단체로 사직서를 낼 겁니다.”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선사 HMM이 파업 초읽기에 돌입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물류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HMM 선원(해상직)들로 구성된 해원노조는 23일 전날부터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453명 중 434명(95.8%)이 참여해 400명(투표자 대비 92.1%)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해원노조는 25일 단체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선원법상 운항 중이거나 외국에 있는 항구의 선원들은 파업 등 단체행동권이 제약돼 집단 사직서 제출에 나서는 것이다.

노조는 사직서를 낸 뒤 글로벌 선사 MSC에 단체로 지원서를 내기로 했다. MSC는 임금에 불만을 가진 HMM 직원들이 많다는 점을 겨냥해 한국인 선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문을 게시한 바 있다. MSC 측이 제시한 연봉은 HMM 선원들이 받는 연봉의 2.5배 정도다. MSC는 최근 일부 승선 중인 HMM 선원들에게 접촉해 입사지원서를 나눠 주기도 했다.

HMM은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가 됐다. 선복량(85만TEU) 기준 국내 1위, 글로벌 선사 가운데서도 8위다. 하지만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있으면서 직원들은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고 채권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며 직원들은 약 8년간 임금을 동결하며 버텼다. 국내 상장 해운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HMM 직원들은 평균 6246만원을 받았는데, 매출이 더 적은 팬오션(8700만원), 대한해운(7100만원) 등 경쟁사보다도 적다.

노조는 회사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통해 동종 업계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채권단 관리를 이유로 8% 인상에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 300%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육·해상노조 모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까지 받았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25% 지분으로 HMM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채권단인 산업은행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은은 최근 HMM 전환사채(CB) 권리를 행사해 2조 400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확보했고 현재까지 몇천억원에 달하는 이자까지 받고 있다. 산은은 “임단협은 노사 간 해결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HMM의 파업은 1976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다만 노조는 “회사에서 전향적인 안을 가지고 오면 다시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HMM 사측 관계자는 “노조가 협의 의사가 있는 만큼 회사도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2021-08-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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