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 시속 240㎞ 질주… 90초에 트랙 한바퀴

M6, 시속 240㎞ 질주… 90초에 트랙 한바퀴

입력 2014-09-12 00:00
업데이트 2014-09-1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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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 M트랙데이를 가다

8년 전 BMW M5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의 강렬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생긴 것은 보통의 세단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녀석으로부터 느껴지는 힘이 운전석 시트를 통해 온몸으로 전해졌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등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5ℓ 10기통 엔진이 무려 507마력(4세대 기준)을 낸다는 기본 스펙조차 모르고 탄 차였지만 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첫 만남의 짜릿함 때문이었을까. 최근 BMW가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개최한 M트랙데이로 향하는 발걸음이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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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 다이내믹코스에서 M트랙데이 참가자가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지난달 13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 다이내믹코스에서 M트랙데이 참가자가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다리가 일자로 펴지면 사고 때 충격이 무릎 관절 등으로 바로 전달됩니다. 안전을 위해 운전대 위 오른손은 3시, 왼손은 9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운전이 쉽고 에어백이 터지는 순간 자기 손이나 팔에 다치는 것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시승에 앞서 독일에서 파견된 전문 강사의 첫 교육 주제는 ‘운전석에 제대로 앉는 법’이었다. “M을 타러 왔으니 랩타임을 줄이는 법 정도는 일러 주겠지”라는 기대는 무너졌지만 교육이 이어지면서 20여년간 어떤 자세로 운전을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M 전문 강사인 플로리언 비머(42)는 트랙을 도는 법을 가르칠 때도 속도보다 안전을 중시했다. 기본기를 중시하는 독일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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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24만m² 부지에 마련된 BMW 드라이빙센터의 항공사진. BMW코리아 제공
인천 영종도 24만m² 부지에 마련된 BMW 드라이빙센터의 항공사진.
BMW코리아 제공
행사엔 M3, M4, M5, M6 등 BMW의 고성능 라인업이 총동원됐다. 겉모양은 대량생산되는 일반 모델과 별 차이가 없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내공만은 웬만한 스포츠카에 뒤지지 않는 것들이다. 한 예로 신형 M5에 장착된 V8 4.4ℓ 엔진은 다운사이징을 거쳤음에도 무려 560마력을 낸다. 컨테이너를 나르는 수입산 대형 트레일러가 500마력 내외의 힘을 낸다는 점을 생각하면 세단에는 가당치도 않은 힘이다.

첫 코스는 ‘다이내믹코스’. 빗길에서 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을 재연해 충돌을 피하는 체험이었다. 물이 뿌려진 트랙 위를 시속 50㎞ 정도의 속도로 달리면 지면에 설치된 플레이트가 올라와 순간적으로 차량이 미끄러지도록 유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물(물기둥)을 피하는 게 미션이다. M시리즈에 장착된 고성능 제동장치와 다이내믹 스태블리티 컨트롤(DSC)이 긴급 상황에서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 주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미끄러운 노면에 차가 휙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약간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고정하니 M은 다시 장애물을 피해 의도한 방향으로 질주했다. 순간적인 대응을 잘했다기보다는 첨단 기술의 덕이다.

이어진 ‘멀티플코스’는 총면적 1만 1000㎡에 세워진 기물을 피해 가며 정해진 구간을 도는 일종의 단거리 장애물 코스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슬랄롬과 360도 회전, 급차선 변경을 거쳐 마지막으로 목적지에 급정지를 하면 개인별로 기록이 나온다. 랩타임은 기물 하나를 쓰러뜨릴 때마다 5초씩 가산되기 때문에 무조건 내달린다고 능사는 아니다. 아마추어는 30초대 초반이면 최고 수준이지만, 전문 인스트럭터의 기록은 20초대 초반까지도 나왔다. 제법 빠르게 달렸다고 생각했지만 기자의 랩타임은 35.5초.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운전석을 나와야 했다.

 이어 체험한 ‘가속 및 핸들링코스’는 M의 주행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서킷 구간이다. 총길이는 2.6㎞로 4㎞가 넘는 영암이나 태백, 인제 서킷보다는 짧지만 일반인들의 주행 체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보통 서킷 트랙은 극한의 속도와 제동력을 위해 도로의 마찰계수를 높여 놓지만 영종도 트랙은 일반인을 위한 시설인 만큼 도로포장도 일반적인 국내 도로와 똑같은 재질로 만들었다. 짧은 직선 주로였지만 기자가 탄 M5는 시속 200㎞를 가볍게 넘겼다. 기존 M은 운전자가 괴물 같은 힘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신형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세팅했다는 느낌이다. 핸들링도 제동 능력도 뛰어나 어렵지 않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고 연이은 곡선 구간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다만 구형 M5에 비해 가벼워진 탓인지 묵직한 맛은 덜했다. 또 선도 차량의 진행에 따라 운전해야 했기 때문에 560마력에 달하는 M5의 힘을 고스란히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아쉬움은 독일의 전문 인스트럭터와 동승하는 M택시 드라이빙을 통해 달래야 했다. 주인이 전문가로 바뀌니 M6는 괴물 본색을 드러냈다. 드리프트를 반복하며 최고 시속 240㎞까지 내달리는 느낌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아찔했다. 트랙 한 바퀴를 도는 데 불과 1분 30초지만 멍한 여운은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을 본 듯했다. 트랙데이 이후에도 M은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10분간 조수석에서 M을 경험하는 M택시가 3만원, 1시간 이론교육을 마치고 2시간 동안 트랙과 각종 장애물 코스를 도는 비용은 22만원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4-09-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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