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길어지고 소형 평형 의무화로 이익 줄어 30년 아파트값 7.3% 내려
사용 가치와 반비례해 가격이 형성된 것이 한국의 재건축 아파트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안방에 숨겨놓은 금송아지 같았던 재건축 아파트가 가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9일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서울 아파트 121만 9276가구를 입주시기별로 분류해 올해 매매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입주 30년 이상 된 아파트값이 평균 7.29% 떨어져 가장 하락폭이 컸다. 입주 30년 이상 된 대표적인 아파트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1~4단지), 서초구 반포동 한신(1·3차),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등이다.
이들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이제까지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해 왔었다.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2009년에는 입주 11~20년 된 아파트값이 1.96% 오르는 동안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무려 13.24% 올랐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은마아파트 공급면적 112㎡는 올초 10억원을 호가했지만 현재 9억 4000만원 선으로 떨어졌고, 둔촌주공1단지 26㎡는 3억 9000만원에서 1억원 빠진 2억 9000만원 선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몸값이 한창 높았던 2009년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더욱 크다. 은마아파트 112㎡ 가격은 2009년 12억원에 달했다. 3년 새 2억 6000만원이나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이다.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 59㎡도 2009년 6억 3000만원이던 가격이 현재는 4억 9000만원으로 22%나 하락했다. 송파구 가락시영 62㎡는 2009년 10억 7500만원이나 됐지만 지금은 25.7%나 떨어진 8억 1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락한 원인은 재건축으로 인한 이익이 줄고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서울시가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확대하는 등 재건축 인허가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익이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평균 10.6년이나 걸리는 재건축 기간은 투자수요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소장은 “최근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실수요자는 낡은 재건축 아파트를 외면하고 있고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실망 매물까지 쏟아져 노후 아파트가 아파트값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2-09-10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