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수출 호황에 배가 없다고?”…르노의 ‘컨테이너 역발상’[르포]

“車 수출 호황에 배가 없다고?”…르노의 ‘컨테이너 역발상’[르포]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3-05-18 18:00
수정 2023-05-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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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아르카나 선적 현장
컨테이너 하나에 차량 3대…“최대 물류 효율”
다차종 혼류 생산 라인…내년부터 신형 플랫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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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자동차의 수출 차량 ‘아르카나’가 컨테이너로 들어가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수출 차량 ‘아르카나’가 컨테이너로 들어가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자동차 수출이 호황이라는데 배를 구하기 어려워 난감했죠. 꼼꼼하게 검토하고 낸 아이디어인 만큼 꼭 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는 프랑스 르아브르항으로 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르카나’(국내명 XM3)가 하나둘씩 컨테이너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 컨테이너에 들어가는 차량은 총 3대. 원래 여유롭게 싣자면 2대가 최대지만, 컨테이너 내부에 받침대를 설치해 차량을 대각선으로 끼워 넣는 등 공간을 쥐어짜 하나를 더 실을 방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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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자동차의 수출 차량 ‘아르카나’가 컨테이너 적입을 기다리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수출 차량 ‘아르카나’가 컨테이너 적입을 기다리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최대한 많은 차량을 배에 싣기 위한 고육책이다. 원래 아르카나와 같은 수출용 대규모 양산 신차는 ‘로로선’으로 불리는 자동차 전용선에 선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컨테이너선에 실을 경우 긁힘 등 물류 과정에서 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워서다. 중고차 등 일부 특수한 경우에만 컨테이너선을 활용해 운송한다.

아르카나를 컨테이너선에 실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최근 자동차 수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자동차 전용선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해상운임도 폭등하면서 물류비가 대폭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 10년간 평균 자동차선 용선료(1일 기준)은 1만 9358 달러(약 2600만원)였는데, 최근 2년간 무려 5만 2800 달러 이상 급증했다. 그나마 웃돈을 주고서도 선박을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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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자동차 전용 선사인 현대글로비스를 계열사로 둔 현대자동차·기아와 달리 르노코리아 같은 중견 완성차 회사가 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이 6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4월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르노코리아는 오히려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 대수가 1년 전보다 17.1% 감소했다. 주력 수출 차량인 아르카나가 유럽 내 주요 자동차상을 휩쓸며 호평받는 등 수요가 많음에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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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자동차의 차량들이 수출용 컨테이너에 실리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차량들이 수출용 컨테이너에 실리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이날 함께 둘러봤던 부산공장 조립라인에서는 수출을 위한 아르카나 제조가 한창이었다. 한 라인에서 최대 8개 모델까지 생산이 가능한 유연성이 최대 장점이다. 아르카나 외에도 ‘QM6’, ‘SM6’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볼보 등 차량에 적용할 지리자동차의 친환경차 플랫폼(CMA) 기반 차량도 생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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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자동차 조립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르노코리아자동차 조립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신차를 컨테이너선으로 수출하는 건 전례가 없던 사례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했던 상황”이라면서 “대당 10% 정도 물류비를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향후 동유럽이나 이탈리아, 영국 쪽 물량으로도 (컨테이너 선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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