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민간인 공무원교육원장/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민간인 공무원교육원장/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0-05-13 00:00
업데이트 2010-05-1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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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에는 공무원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공무원은 철밥통과 복지부동의 대명사로 돼 있다. 이런 점에서 적지 않은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1년이 지나지 않아 공무원에 대한 질타를 중단했다. 국정을 이끌고 가려면 공무원을 끌어안고 가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공무원에 대한 공격은 곧 멈췄으나 집권 기간 내내 보수언론과의 전쟁은 계속했다. 정치를 하면서, 특히 2002년의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쌓였던 불만과 무관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공무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점은 노 전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은 임기가 2년 2개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공직개혁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은 기업인 시절의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정치인 출신의 노 전 대통령은 살아가면서 공무원보다는 언론과 부딪치는 게 많았다. 반면 기업인 출신의 이 대통령은 공직과 공기업의 실상을 체험했다. 경험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대표기업인 현대건설의 사장·회장을 젊은 나이에 지낸,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관료, 공기업 등 소위 갑(甲·부탁을 들어주는 쪽)과 만날 때에는 을(乙·부탁하는 쪽)이었다. 현 정부 출범 뒤 산업은행장, 한국전력 사장,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병한 토지주택공사 사장은 민간인 출신이다. 이 대통령의 현대건설 시절 경험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시절보다 민간인 출신을 대사로 더 많이 발탁하고 있다. 이것도 현대건설에서의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그제 중앙공무원교육원장(차관급)에 민간인 출신인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내정했다. 또 하나의 실험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이 지난 1961년 국립공무원훈련원에서 확대 개편된 이후 민간인 출신 원장은 처음이다.

어느 조직에서든 내부 출신이 개혁하는 것은 타성 탓에 쉽지 않다. 민간인은 공직에서, 관료출신은 기업과 금융회사에서 성공해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칸막이를 치워야 한다. 불필요한 자격제한 규정도 없애야 한다. 민간인이면 어떻고, 관료 출신이면 어떤가. 내부 출신이면 어떻고 낙하산(외부 출신)이면 어떤가. 중국의 최고실력자 덩샤오핑이 말했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2010-05-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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