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생 협동조합 과제는 경쟁력 확보/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고] 신생 협동조합 과제는 경쟁력 확보/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입력 2013-07-03 00:00
업데이트 201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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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6개월 만에 협동조합이 1200여개 설립됐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37개로 적은 편이지만 연합회도 4개나 설립됐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은 아직 잔잔한 편이다. 기대가 컷던 탓일까, 아니면 경영상 또는 우리 토양 부적응의 문제일까. 협동조합의 날(6일)을 맞아 신생 협동조합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안착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본다.

통계적으로 보면 출발은 신선해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 말까지 6개월 동안 1210개의 조합이 설립됐고 조합원 수는 2만 6000명에 이른다. 조합 관리를 위해 대표와 이사, 감사, 직원 등 최소 5명만 선임됐어도 일자리가 6000개 이상 창출된 셈이다. 평균 조합원 수는 22명이지만 100명 이상인 조합은 23개, 10명 이하인 곳은 393개로 소규모가 많다. 평균 출자금은 220만원. 1억원 이상은 64개, 500만원 이하는 625개로 소자본 조합이 절반이다. 업종도 제조, 도소매업, 교육, 의료, 사회복지, 예술, 에너지, 농림축산 등 다양하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자본 조달과 경쟁력 확보가 관건인데, 협동조합 자본의 성격상 쉬운 일이 아니다. 북미나 유럽처럼 자본조달이 용이하도록 1인당 출자한도 확대, 총출자액의 일정비율을 비조합원에게 출자 개방, 주식시장 상장 등 융통성이 필요하다. 검증된 가장 큰 경쟁력은 윤리적 경영이다. 안전한 농식품, 공정한 가격, 윤리적 경영 등 기본에 충실한 협동조합들은 위기 속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생존을 위해 협동조합과 기업이 상호 수렴해 가고 있지만, 시작하는 우리로선 무엇보다 협동조합 기본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은 가슴이 먼저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협동조합을 통해 큰 소득을 올리는 게 목적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1844년 영국에서 최초로 로치데일 협동조합이 싹틀 때부터 오늘날까지 협동조합은 자본력이 아닌, 사회의 든든한 자양분으로서의 소임이 중요했다. 주식회사가 주주 이익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에 목적을 둔다.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사업 이용에 따른 이익분배 등 절차적 측면에서도 확연히 다르다. 조합원이 되는 데는 일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하고 객관적 심사와 가입승낙의 절차가 필요하다. 가입기준이 자본(돈)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이익을 위해 시작했다면 돈으로 인해 쌓아온 조합원 간 신의도 깨질 수 있다.

끝없는 욕망을 좇던 자본주의가 부작용을 나타내자 따뜻한 자본주의와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었고,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부각되고 있다. 공정한 분배와 정신적 유대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고유의 가치가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협동조합 임원은 명예직인 경우가 많고 자본력도 크지 않아 전문성과 책임감에서 미흡하다. 민주절차에 따른 의사결정의 지연을 극복하기 위해 상시 대면 접촉도 중요하다. 기업엔 ‘규모의 경제’가 유리하지만 협동조합에선 때로 소규모의 대면적 가치가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기심을 통제하지 못하면 협동조합은 영원한 이상에 머무를 것이다.

2013-07-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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