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어벤져스2’ 2조 효과, 이제부터 시작이다/김소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어벤져스2’ 2조 효과, 이제부터 시작이다/김소라 문화부 기자

입력 2014-04-03 00:00
업데이트 2014-04-03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김소라 산업부 기자
김소라 산업부 기자
영화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영화 주인공과 서울의 풍경을 합성한 패러디 사진들이 퍼져 나갔다. ‘어벤져스’의 영웅들이 김밥집 앞에서 전투를 벌이고 용산전자상가에서 부품을 사기당하는 모습들이 폭소를 자아냈다. 패러디 사진에 등장한 풍경은 서울의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었다. 이처럼 우리에겐 평범한 서울의 일상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것, 여기에 네티즌들은 흥미를 느꼈다.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이 지난달 30일 시작된 가운데 잔뜩 부풀었던 기대감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다. ‘어벤져스2’ 한국 로케이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쏟아지고, 교통통제에 따른 불편과 국내 영화계가 느끼는 위화감 등 여러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의 반응이 차분해진 건 정부의 지나친 호들갑 때문이다. 정부는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가 2조원이나 상승할 것이라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제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같은 질문쯤에는 식상해 있다. 영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서울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데에 반론의 여지는 많지 않지만, 이는 할리우드가 한국 시장에서 거둬갈 흥행 수입과 맞바꾼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 부여는 촌스럽게 느껴진다.

영화를 통한 대외적인 국가 홍보만큼 중요한 건 영화 한 편이 국민들에게 가져다 줄 즐거움이다. 한국 영화든 할리우드 영화든, 우리나라 곳곳을 담은 영화들이 쏟아져 우리의 문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국민들이 여러 가지 불편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어벤져스’의 영웅들이 서울에서 전투를 벌이는 광경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즐거움 자체에 있는지 모른다.

영화를 통한 즐거운 문화적 체험이 어쩌면 ‘국가 브랜드 가치’보다 더 피부에 와 닿는 ‘2조원의 가치’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한 해 2억명이 극장을 찾을 정도로 영화감상이 일상이 된 나라 아닌가. 이것이 가능하려면 ‘어벤져스2’뿐 아니라 다양한 영화 촬영을 활성화하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또 여기에는 영화를 국가 홍보나 관광수입 증대의 수단으로써가 아닌,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수반돼야 한다. 영화 촬영하기 좋은 나라에 영화를 통한 국가 홍보나 관광객 증가 효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마련이다.

sora@seoul.co.kr
2014-04-03 3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