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 끝내 기적은 오지 않는가

[사설] 아! 끝내 기적은 오지 않는가

입력 2014-04-26 00:00
업데이트 2014-04-26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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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애타게 흐른다. 물속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 부모들에겐 1분 1초가 영겁 같을 것이다. 속은 새까맣게 탔고 침은 바짝 말랐다. 내 아들, 내 딸이 살아 돌아올까 퀭한 눈으로 기다렸건만 여태 생존자 소식은 없다. 희망의 빛줄기도 점점 가늘어져 간다. 기적은 끝내 오지 않을 것인가. 극한의 환경에서 사투를 벌인 잠수부들의 노고를 폄하하지는 않겠다. 생명을 위협하는 물살과 어둠을 뚫고 생존자를 찾으려고 몸을 던진 노력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식과 남편의 생사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의 애끊는 심정도 이해해야 한다. 해운사나 선장이나 해경이나 그들에게 안겨 준 건 깊은 절망감뿐이다.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100명이 넘는 실종자가 남은 결과를 놓고 본다면 과연 정부가 구조에 100% 온 힘을 기울였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중 구조작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물 밖에 있는 사람이 다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치에 너무 빗나갔다. 몇몇이라도, 설사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숨이 붙어 있는 채 구조돼 나오는 모습을 온 국민은 간절히 기원했다. 간절한 기원도 이제 접을 때가 된 듯하다. 그러면서 두고두고 아쉽고 분통 터지는 것은 초기 대응을 잘못한 점이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세월호가 사고 해역에 들어서 속도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항로를 이탈해도 알아채지 못했다. 해역에 들어온 두 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교신하지 않았다. 견습 항해사는 가까운 진도가 아닌 제주 VTS와 먼저 교신함으로써 천금 같은 12분을 허비하고 말았다.

늑장 구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손치더라도 구조 과정의 잡음은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민·관·군 구조대원 726명과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 등을 투입해 집중 수색하겠다는 등의 발표는 과시용 숫자놀음에 불과했다. 실제로 물속에서 작업하는 잠수부는 10여명뿐이다. 수백 명이 물속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해 줬어야 했다. 정부 말대로 민·관·군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했다.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라는 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한 점이다. 해군이나 해경의 구조 전문가가 아니라 민간업체가 구조를 주도한 꼴이다. 심지어 ‘언딘’은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다. 그러면서 해경은 해군 UDT 출신 등 전국 각지에서 발벗고 달려온 다른 민간 구조 자원자들은 배척했다고 한다.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해양경찰청장을 앉혀놓고 거친 언행을 했겠는가 싶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늑장구조요, 전력을 쏟지 않은 구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우왕좌왕한 정부의 모습은 구조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구조 과정의 미숙함은 침몰 전의 안이한 대응이나 매한가지다. 이런 지경이니 해수부나 해경이 국가기관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설마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가족을 달래고 현장을 모면하기 위한 감언이었단 말인가. 기적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신기루일지 모른다. 그러나 허황한 신기루일망정 포기하는 순간 희망도 한꺼번에 무너진다. 기적은 오지 않더라도 마지막까지 믿고 좇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
2014-04-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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