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뱃값 인상, 커지는 서민 부담도 고려해야

[사설] 담뱃값 인상, 커지는 서민 부담도 고려해야

입력 2014-09-12 00:00
업데이트 2014-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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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2500원인 담뱃값을 2000원 올리는 안을 내놓았다. 금연 대책도 발표했다. 이 안은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새누리당은 가격 인상엔 공감하지만 폭을 부담스러워 하고, 야당도 서민의 가계 부담과 ‘우회 증세’를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법 개정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그 폭을 떠나 인상안이 통과하면 2004년 500원을 올린 이후 10년 만의 인상이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줄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명분은 충분하다. 정부의 주장대로 담뱃값의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무려 40%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가장 높고, 청소년의 흡연율도 20%를 넘고 있다. 반면에 가격은 OECD 국가의 평균인 6000원의 절반도 안 된다. 더욱이 담뱃값이 10년간 동결돼 인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자체 조사에서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흡연자의 32.3%가 담배를 끊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벌써 흡연자 단체와 야당의 반대가 만만찮다. 서민층은 인상 폭이 너무 크다는 것이고, 야당은 부족한 세수를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확보하려는 꼼수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이번 인상안에 국세인 개별소비세 항목을 새로 만들기로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법인세 감면 등 ‘부자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 부족분을 담뱃값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뱃값이 1000원 오르면 연간 2조 5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그동안 거둔 담뱃세를 금연 정책이나 국민 건강과 무관한 건강보험의 적자 보전에 써왔다. 지난해만도 기금의 49%인 1조여원을 건강보험 재원으로 사용했다. 2500원짜리 담배 1갑에 354원(14.2%)의 건강증진 부담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인상분에 건강증진 부담금을 18.7%로 늘리기로 했다. 금연 치료비를 건강보험 급여로 충당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편의점 등에서의 담배 판매 광고도 폐지키로 했다.

정부는 담뱃값을 인상할 때마다 흡연율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꼭 그것만으로 흡연율이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건강을 지키려는 국민의 의식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 인상 명분이 있어도 그 폭은 삶이 팍팍한 서민이 부담스러워선 안 된다. 담뱃값이 오른다고 하자 판매량이 한 주 만에 30%대나 급증했다고 한다.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서민의 대표 기호품이란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담뱃세를 흡연자의 의료비 등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방안도 더 찾아야 할 것이다.
2014-09-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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