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통일교육 안 하느니만 못하다

[사설] 부실 통일교육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입력 2014-11-19 00:00
업데이트 2014-11-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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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학교에서 이뤄지는 통일교육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일부 학교통일교육 강사 중 절반 가까이는 북한이나 통일 등 관련 전공자가 아니다. 더구나 외부 인사가 진행하는 통일교육의 경우 정부 부처 간 조율도 제대로 안 돼 혼란을 빚기 일쑤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통일부 주관 학교통일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인원은 지난 9월 기준 58명이다. 이 가운데 북한·통일 등 관련 전공자는 55%인 32명에 불과하다. 애당초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통일교육 전문강사에 대한 처우도 그리 좋지 않아 이직이 잦다 보니 업무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우리의 통일교육은 그야말로 안팎곱사등이 신세인 것이다.

통일교육 전문강사로 선발되면 통일교육원에서 20일 동안 교육을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시스템상의 문제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비전공자가 이처럼 속성 교육을 받고 학생들에게 복잡다단한 통일 문제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통일부가 양성한 전문강사가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찾아가 통일교육을 실시하는 이른바 ‘찾아가는 학교통일교육’은 2012년부터 본격화돼 올해는 전국 468개 초·중·고에서 교육이 이뤄졌다. 내년에는 1000여개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할 예정이다. 양적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수준 이하의 통일교육으로 그릇된 북한상이나 통일관을 심어 준다면 차라리 백지 상태로 놔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강제낙태·영아살해 등 잔인한 내용이 담긴 북한 인권유린 관련 영상이 여과 없이 소개돼 논란을 낳기도 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상당수는 남북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에도 민족공동체의 회복이나 한반도의 평화정착 같은 당위론적 이유보다는 통일 후 누리게 될 경제적 효과 등 현실적인 이유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게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이라는 자극적인 용어까지 구사하며 통일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준비 없는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통일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미래의 주역인 학생 세대에 대한 통일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참에 통일부가 주관하는 학교통일교육, 교육청이 관여하는 보수단체 중심 안보교육, 군 당국의 교육 등 여러 갈래로 진행되는 통일교육 체계 전반에 대해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보기 바란다.
2014-11-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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