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희상 위원장 취업청탁 어떤 책임을 질 텐가

[사설] 문희상 위원장 취업청탁 어떤 책임을 질 텐가

입력 2014-12-19 00:00
업데이트 2014-12-19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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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처남 취업 청탁은 길게 말할 것 없이 적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그토록 청산을 외치고 있는 비리 부패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정치권과 재벌이 그렇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뒤를 살피고 챙겨 온 악폐의 역사가 세월호를 가라앉히고 수백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취업 청탁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지 오늘로 나흘. 그러나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말이 없다. “청탁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말이 없다. 청탁만큼이나 부끄럽고, 청탁보다 더 뻔뻔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집권 여당의 핵심 실세 자리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측에 처남 취업을 청탁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 고문과 대통령정치특보 명함을 지닌 ‘실세’이자 고등학교 선배인 그의 부탁을 조 회장이 모른 척했을 리 만무하다. 문 위원장의 처남은 얼마 뒤 미국의 한진(대한항공) 관계사에 적을 걸게 됐고, 그 뒤로 2012년까지 무려 8년간 일도 하지 않고 회사로부터 총 74만여 달러의 급여를 받았다. 이게 핵심 권력의 위세가 없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문 위원장 스스로 대답하기 바란다. 만일 이 같은 일을 자신이 아니라 현 여권의 실세 중 한 명이 저질렀다면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어떻게 대응했을지도 답하기 바란다. 즉각 사퇴와 검찰 수사, 특검을 요구하고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려고 나서지 않았겠는가.

처남과의 소송에서 취업청탁 사실이 드러난 직후 문 위원장은 대변인을 통해 “대한항공 측에 부탁했지, 조 회장에게 직접 부탁하진 않았다”고 했다. “2004년 처남이 내 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해 납품계약을 부탁했는데 대한항공이 거절하면서 취직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당시 처남은 이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나중에 (대한항공 측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다른 회사에 취업한 사실을 이번 송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도 했다. 이걸 해명이라고 문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내놓았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기업 납품 청탁까지 했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금전 거래로 얽혀 송사까지 치르게 된 처남이 한진 계열사로부터 8억원 가까이 공돈을 받아 온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땅콩 회항’의 주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어처구니없는 ‘갑질’도 결국 이런 정경유착의 적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대한항공의 비선 권력’이라는 조롱을 끊기 위해서라도, 현 정부에 대한 그 어떤 비판이든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문 위원장은 당장 자신의 거취를 포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14-12-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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