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첫 원전, 서방에 공포의 대상?

이란 첫 원전, 서방에 공포의 대상?

입력 2010-08-22 00:00
업데이트 2010-08-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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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핵 프로그램 억제를 위해 각종 제재를 주도했던 서방 진영은 이란의 첫 원자력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란에 대한 제재를 주도해 온 미국은 원전 연료주입 계획이 발표된 지난 13일 이후에도 부셰르 원전에 대한 별다른 논평 없이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 3월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보장 없이 원전을 가동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점을 감안하면 차분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이런 반응은 핵무기 비확산조약(NPT) 가입국인 이란에서 민수용 목적의 원전을 막을만한 근거가 없는데다 원전 자체가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전이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는 경우는 핵 연료로 사용되는 3.5% 농도의 농축 우라늄을 90% 농도로 고농축하거나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고농축해 핵무기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란은 연료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핵연료 전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란의 우방이라 하더라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결코 원하지 않는 러시아가 이란의 핵연료 전용을 눈감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러시아는 핵연료를 공급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러시아로 반환받는 전체 과정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통제 아래 이뤄질 것이라며 “부셰르 원전이 오직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100%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의 한 외교관도 “무엇이 (부셰르 원전에) 들어가고 나오든지간에 모든 것은 IAEA에 의해 검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이 정작 우려하는 부분은 원전 자체보다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있다.

이란은 원전 가동에 필요한 연료의 장기적 조달을 위해 농축 우라늄 생산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원전 가동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핵 연료를 구입키로 했지만 언제까지나 러시아에 의존할 수는 없다면서 농축 우라늄 생산을 지속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여기에 나탄즈와 콤(Qom) 지역 핵시설 외에 우라늄 농축시설 10개를 증설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원전 가동에 필요한 핵 연료 조달을 위해 농축 우라늄 생산력을 증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유엔의 4차 제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독자제재 등 이란의 우라늄 농축 행위를 중단시킬 목적으로 부과한 각종 제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란은 현재 3.5% 농도의 농축 우라늄 2천400kg을 비축하고 있고 지난 2월부터는 농도 변환 작업에 착수,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도 20kg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폭탄 1기를 제조하려면 농도 90%의 고농축 우라늄 1천kg 가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란의 핵 능력은 아직 핵무기 제조 수준과는 거리가 있지만 더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서방의 고민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핵 전문가 이안 앤서니는 “부셰르 원전 같은 프로젝트로만 이란 핵 프로그램이 구성됐다면 핵무기 확산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라늄 농축 등 실질적인 핵 확산 우려를 내포하고 있는 다른 핵 시설들을 이란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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