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지진때 살아남았는데 갱도에 갇혀

칠레 대지진때 살아남았는데 갱도에 갇혀

입력 2010-08-28 00:00
업데이트 2010-08-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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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 피하니 호랑이로구나.”

 28일(현지시각) 현재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 호세 광산 지하에 갇혀 있는 광부 라울 부스토스의 사연은 참 기구하다.

 부스토스는 애초 지난 2월까지는 중장비를 다루던 기술자였다.그는 구리광 파쇄기를 수리하거나 선박 건조를 도우며 가족과 생계를 꾸리는 평범한 남성이었다.

 운명은 지난 2월27일 바뀌었다.당시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500㎞ 떨어진 항구도시 탈카우아노에 살았는데,칠레 해안을 강타한 규모 8.8의 강진에 이은 쓰나미(지진해일)가 마침 그 지역을 강타해버렸다.

 다행히 집이나 가족은 무사했지만,선박업체에 근무하면서 그가 건조하던 선박들이 지진해일에 거리로 쓸려가 버렸고 회사는 조업을 중단,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아내 카롤라 나르바에스가 의료업체에 근무해 당장 밥벌이가 궁한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3살과 5살 짜리 두 아이가 딸린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 그는 북부 쪽으로 눈을 돌렸고 두 달 후 산 호세 광산에 광부로 취업했다.

 비록 가족이 있는 탈카우아노에서 1천125㎞나 떨어진 먼 곳이었지만,광부는 칠레 남성에게는 가장 급여 수준이 좋은 직업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일 갱도가 무너져 동료 32명과 함께 지하 700m에 묻히면서 2월 지진에 이어 또다시 운명의 장난에 시달려야 했다.

 남편이 갱도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 나르바에스는 두 아이를 부모에게 맡긴 뒤 현장으로 달려가 천막을 치고 지금까지 애타게 무사 귀환을 빌고 있다.

 다행히 매몰된 광부들이 17일이나 지나고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지난 22일 확인되면서 이제는 남편과 쪽지를 주고받으며 생환만을 고대하고 있다.

 지하에 갇힌 부스토스는 지상에 있는 나르바에스에게 보낸 쪽지에서 “당신이 보내준 글을 읽고 울었다”면서 “당신이 해준 말은 걱정을 이겨낼 힘을 주시는 신과 함께 늘 나와 같이 있다”고 썼다.

 나르바에스는 “지진 당시와 지금은 똑같다.큰 괴로움과 고립감,공포가 닥쳐오지만 우리는 살아 있고 남편도 갱도 속에 살아 있다”면서 “또다시 즐거운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며 믿기 힘든 두 번의 불운을 만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코피아포<칠레>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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