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출간 부시는 여전히 실패한 대통령?

자서전 출간 부시는 여전히 실패한 대통령?

입력 2010-11-10 00:00
업데이트 2010-11-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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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이 9일 시판되면서 부시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국제문제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부시가 재임 시절 왜 인기가 없는 대통령일 수 밖에 없었는지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결정의 순간들’이 부시가 성인이 된 이후 자신의 삶에서 내렸던 14가지 결정들을 중심으로 서술된 것처럼 FP도 부시가 내린 잘못된 결정 14가지를 꼽으며 부시가 왜 ‘나쁜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분석했다.

 ●딕 체니 부통령 후보로 선택

 부시가 딕 체니를 부통령으로 선정한 것은 이후 뒤따른 수많은 정책 실패를 불러온 주된 원인이라고 FP는 분석했다.

 부통령에 선출된 체니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팀을 신보수주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던 ‘극단주의자’들로 채웠고 2001년 9.11 테러 직후 이들은 그토록 원하던 기회를 얻게 됐다.

 ●글로벌 테러에 대한 무관심

 부시는 2000년 대통령선거 유세 당시만 해도 테러나 알-카에다에 대해 무관심했고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부시와 그의 국가안보팀은 9.11 테러 직전까지 이런 태도로 일관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은 백악관 대테러담당 관리였던 리처드 클라크의 지위를 격하시켰고 심지어 2001년 초반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차관은 클라크가 “빈 라덴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9.11 테러 직전까지 이어졌던 정보기관의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고들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고 결국 부시 행정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9.11 테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워터보딩’ 승인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 용의자에게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boarding)’을 자행하는 등 고문을 승인해 인권과 시민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로 비쳐졌던 미국의 국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또 FP는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시절 운영됐던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는데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부시 행정부 당시 자리잡은 잘못된 관행들을 근절하는데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과의 관계 악화

 9.11 테러 직후 몇개월간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관해 이란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당시 이란은 알-카에다에 우호적이지 않았고 탈레반과는 매우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다.

 이란과의 정보 교류 및 외교 협력 덕분에 미국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몰아내고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이 자리잡게 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시는 2002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북한,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해 이란이 미국에 등을 돌리게 했다.

 또 2003년 이란이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자국의 핵 프로그램도 중단하겠다며 미국 정부에 손을 뻗었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거부해 다시 한번 이란을 모욕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스라엘에 중동평화 문제 맡겨

 부시는 9.11 테러 직후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을 자극할만한 조치는 자제할 것을 설득하기도 했으나 곧 이스라엘의 로비에 손을 들어버렸다.

 이후 부시는 이스라엘을 “테러에 함께 대항하는 파트너”로 규정하고 중동 문제에 관해서는 이스라엘의 결정을 따랐다고 FP는 지적했다.

 덕분에 이스라엘은 이후 요르단 서안에서 아무런 방해없이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 나갔고 미국은 야세르 아라파트 당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관계를 맺는 것을 거부했으며 그의 후임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라크 전쟁

 결과적으로 이라크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량살상무기(WMD)나 실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과의 관계를 빌미로 이라크전을 벌였고 그 결과 미국인 4천명과 이라크 민간인 10만명이 숨졌다.

 FP는 더 놀라운 것은 부시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이런 엄청난 결과보다 그가 여전히 자서전에서 자신의 당시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비꼬았다.

 FP는 이 외에도 국제형사재판소(ICC) 설치를 위한 로마조약 비준동의안 제출을 거부한 것이나 교토의정서 자체를 거부한 것,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의 허술한 대응 등도 부시 행정부의 실정으로 꼽았다.

 한편 부시는 자서전에서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는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냉혹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또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는 이라크 전쟁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부시에게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이후 재선에 도전하면서 공개적으로 이라크전을 비난하고 나섰다며 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회고했다.

 이에 대해 슈뢰더는 9일 성명을 내고 당시 자신은 이라크가 9.11 테러 용의자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미국의 편에 서겠다고 했으나 2002년 미국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부시 전 대통령은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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