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軍위안부 강제동원’ 과거사 부정 노골화

일본, ‘軍위안부 강제동원’ 과거사 부정 노골화

입력 2014-02-21 00:00
업데이트 2014-02-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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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증언의 정확성 문제 삼아…역사 왜곡 현실화 우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일본 정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노담화를 수정·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그간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의 주장이었고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를 포함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역내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뜻을 유지했다.

아베 내각도 공식적으로는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20일 국회 답변에서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고노담화의 근거가 된 피해자 청취조사 내용의 기밀성을 유지하되 이를 전문가 집단으로 하여금 재검토하게 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보수·우익 세력이 고노담화의 검증을 요구하는 명분은 청취 조사의 정확성 문제다.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일본유신회 중의원은 20일 피해자의 증언 가운데 성명, 생년월일, 출신지 등이 사실과 다르고 심지어 위안소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일했다는 발언도 청취조사 내용에 포함됐다고 집요하게 공세를 퍼부었다.

그럼에도, 증언이 타당한지 검증하지 않고 고노담화를 발표했고 이 때문에 현재까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이 담화 수정론자들의 주장이다.

야마다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가의 명예에 관한 문제이므로 사실과 다른 주장이 퍼지는 것에는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담화 발표에 깊숙이 관여한 이시하라 노부오(石原信雄) 전 관방 부(副)장관까지 참고인으로 불러 ‘증언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는 발언을 끌어냈다.

20일 중의원에서는 보수 야당 등의 요구를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듯한 형국이 펼쳐졌다.

그러나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후 70년이 되는 내년에 시대에 맞는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아베 내각이 원하는 바를 국민이나 야당의 요구로 포장해 추진하려는 계산도 엿보인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제1차 임기(2006∼2007년) 때 ‘전후체제 탈피’를 목표로 내걸었으며 20일에도 이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담화 검증에 나서면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한 한일 관계가 더욱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담화 검증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이 강제적이지 않다는 보수·우익 세력의 주장이 일본 내에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역사적 치부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일부 일본인은 지금도 우익 세력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조사가 일방적이고 허술하다는 주장이 확산하면 일반인까지 고노담화를 부정하게 될 우려가 있다.

말도 잘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겁박에 시달렸던 피해자가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면 자신이 끌려가서 머문 곳이 어디인지나 시점 등에 관해 다소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말할 개연성이 있으나 검증에서 이런 점이 얼마나 고려될지는 의문이다.

피해자 청취조사는 1993년 고노담화 발표 직전에 서울에서 16명을 상대로 5일간 시행됐다.

특히 피해 신고를 한 피해자가 다수 사망했고 생존자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뒤늦게 ‘사실 관계를 피해자 측이 증명하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면 고노담화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일본의 우파 정치인이 미국을 방문해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있는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소녀상을 문제 삼았고 재미 일본계 인사들이 20일(현지시간)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고노담화를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과거사 부정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이나 고노담화를 지키려는 세력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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