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워싱턴서 ‘집단자위권’ 주창…”韓과 국방장관회담 희망”(종합)

日 워싱턴서 ‘집단자위권’ 주창…”韓과 국방장관회담 희망”(종합)

입력 2014-07-12 00:00
수정 2014-07-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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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방적’ 현상변경땐 강력 대응”…美 “역사적 결정” 화답”아베 역사인식, 과거정권과 다르지 않아…中과도 관계개선 희망”

일본 국방수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무대에서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국내외적으로 비판여론에 직면한 아베(安倍) 정권이 집단자위권 추진의 최대 지원세력인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함으로써 수세국면을 반전해보려는 의도다.

미국을 방문 중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이날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강연을 통해 “일본과 같은 대국이 아시아 역내의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해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특히 집단자위권 추진의 근거로 미군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가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하며 미국 측의 ‘환심’을 사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현재 헌법 9조(평화헌법) 하에서의 자위수단은 일본이 공격을 받았을 경우로만 한정돼 있어 미군이 무장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가 역할을 하는게 불가능하다”며 “일본 근처의 공해에서 작전 중인 미국 군함을 보호하고 괌과 하와이, 미국 본토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집단자위권 추진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위대가 미군의 무기와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행사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 같은 집단자위권 추진에 따른 역내 군사대응 전략의 대강을 밝혔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무엇보다도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대화를 시도하겠으나 중국이 패권확장 행보를 계속할 경우 강력히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일본은 중국과의 대립을 원하지 않고 중국과의 대화에 항상 열려 있다”며 “아베 총리는 해양에서의 위기방지 메커니즘 구축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계속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해양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긴급 연락용 핫라인을 개설하기 위해 중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며 “과거 아베 총리가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합의했으나 이후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큰 진전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만일 중국에 의한 일방적인 행동이 있을 경우 우리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 국제사회 전체는 무력을 통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탄도미사일 방어(BMD)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일본 도시뿐만 아니라 하와이와 괌, 워싱턴DC까지를 사정권에 두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일본은 이를 막기 위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상이 탄도미사일 방어(BMD)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결정한 이후 우리는 17개의 이 요격미사일과 4개의 탐지레이더, 7개의 추적레이더, 4개의 이지스함을 갖췄다”며 “여기에 올해말까지 ‘X밴드 레이더(TPY-2 레이더)’를 추가한다면 일본은 세계적 수준의 탄도미사일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권의 ‘과거사 도발’에 따른 한·미·일 안보협력의 차질문제를 놓고는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한국 국방장관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며 “한국 측의 메시지는 양자관계가 개선되면 국방장관급 회담이 가능하고 국방협력을 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한·일 양자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외교적 측면에서 양자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만일 한국 국방장관이 양자회담 제의에 ‘예스’만 한다면 당장 서울로 날아갈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어 한·중 정상이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공통의 우려를 표시한데 대해 “아베 총리는 2차대전 당시 문제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고 우리는 평화의 길을 계속 걷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며 “한국의 경우 역사문제에 관한한 아베 정권은 기존 정권과 다른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중국이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를 희망하며, 한국으로부터 좋은 의견을 듣기를 바라고,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의 홍보전에 미국 정부는 환영 메시지를 거듭 표명하며 화답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오노데라 방위상과 회동한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 행사 의결을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헤이글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담하고 역사적이며 획기적인 일본 내각의 이번 결정은 일본이 지역 및 글로벌 안보와 국제무대에서의 역할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아베 총리와 내각의 결정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아울러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역사적인 개정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일본이 미사일 방어, 해적 소탕, 평화유지활동 등에 더 적극 참여할 수 있게 연말까지 새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국방예산의 삭감 흐름 속에서 동북아 패권 질서를 유지하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면 일본의 역내 안보역할을 확대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상황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헤이글 장관과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 자리에서 집단자위권 추진에 따른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협상 방향을 논의했다. 미국과 일본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역내 안보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협상을 올해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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