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총리시절 발생…EU조사 영향력 우려로 궁지
이달부터 업무를 시작한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다국적 기업들의 탈세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다.발단은 지난 5일(현지시간) 펩시와 이케아 등 다국적 기업 340곳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수익을 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로 옮겨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줄였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폭로가 나오면서부터다.
EU는 룩셈부르크가 기업들에 불법적인 세제특혜를 제공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불똥은 곧 융커 위원장에게 튀었다. 작년까지 19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ICIJ가 문제 삼은 탈세 의혹 대부분은 융커 위원장이 룩셈부르크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의 것이다.
일부에선 융커 위원장이 룩셈부르크에 대한 EU의 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러자 ICIJ의 폭로 이후 침묵을 지키던 융커 위원장이 12일 유럽의회에 출석해 해명에 나섰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의 야유 속에서도 “세금과 관련해 불법적인 지침을 준 적이 없다”면서 “나를 거대 기업의 친구로 묘사하지 말아달라. 의회에 기업들의 더 좋은 친구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또 EU의 조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회원국들은 아직 융커 위원장 책임론을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독일도 융커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크리스티안네 비르츠 독일 정부 대변인은 “융커 위원장이 이 문제(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유럽 전역이 최근 몇 년간 재정위기를 극복하느라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불법은 없었다 하더라도 기업들의 절세를 도운 인물이 EU의 행정수장으로 취임한데 대한 불편한 시선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융커 위원장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다 정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