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료계 성희롱 문제로 ‘씨끌’
해묵은 의료계 성희롱 이슈를 수면 위로 부상시킨 사건은 퀸즐랜드주의 젊은 여성 의사 애슐리 위트가 의료계에서 자신이 겪은 성희롱 사례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위트는 성희롱 신고가 바로 무시당하거나 젊은 의사의 경우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 처벌받게 하더라도 오히려 의료계에 발붙이기 어려운 시스템을 고발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하루 뒤 시드니의 유력 외과의사 개브리엘 맥멀린이 “여성 의사들이 경력을 잘 살리려면 희망하지 않더라도 남성 상사들의 성적인 접근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조언을 내놓으면서 의료계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맥멀린은 지난 6일 공영 ABC 라디오에 출연해 한 여성 의사가 겪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런 도발적인 제안을 했다. 맥멀린은 “젊은 여의사 캐롤린 탄이 2008년 성희롱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그녀의 의사 경력은 2006년 어느 날 밤 한 상사의 성관계 요청을 거부하면서 엉망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름 끼치는 조언”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맥멀린은 “지난 9일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여성들이 외면을 받는 게 사실”이라면서 “나의 발언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지 그런 행동을 용서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을 했다.
곧이어 맥멀린이 사례로 소개한 탄이 언론에 견해를 밝히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탄은 12일 시드니모닝헤럴드 인터뷰에서 “외과의사 사이에 성희롱이나 성차별 등의 문화가 팽배해 있고 가해자가 아닌 고발자가 처벌을 받는다”면서 “소송 전후로 자신이 엄청난 고통을 겪은 것이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직장경력 때문에 그처럼 노골적이고 옳지 못한 행동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탄은 재판에서 승소해 당시 가해 의사로부터 10만 호주달러의 손해배상을 받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 의사는 재판 후 재발방지 경고를 받은 채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현재도 그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